르노삼성·한국GM, 판매량·생산량 감소 추이···‘노조리스크’ 실적 직·간접적 영향
르노삼성, ‘직장폐쇄·전면파업’ 생산 차질···한국GM, ‘경영난’ 속 임금 인상 요구
국내 철수·해외 이전 가능성 ‘충분’···적극적 정부 역할·‘충격요법’ 등 촉구 목소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의 노사갈등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완성차 기업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으로 경쟁력이 저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의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 노사의 상생을 위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의 실적은 점차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 영향도 있지만, 이른바 ‘노조 리스크’가 이들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며 실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생산량과 내수 판매량은 각각 12만5964대(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 4만3109대(23.8% 감소)다. 생산량의 경우 지난 2004년 이후, 내수 판매량은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노사 갈등이 현재 가장 심각한 르노삼성차의 지난달 내수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6%·6.8% 감소했다. 또 전년 대비 지난달까지의 내수는 40%, 수출은 24.3% 감소한 상황이다. 노사가 지난해 실적 부진(생산량 11만대·전년 대비 31.5% 감소) 책임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주 1교대 근무에 따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노조가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반발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29일 임단협 9차 본교섭에서 기본급·성과급 등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합의 불발 이후 노조와 사측은 각각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를 진행하고 있다. 사측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근로희망서를 작성한 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며 공장 생산 라인은 부분적으로 가동되고 있지만,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장·단기 생산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노사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노조는 사측의 직장폐쇄와 근로희망서 작성에 대해서도 강력한 불만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사측의 조치들은 노조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의 부당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또 2020년 임단협 과정 중 파업 시간(50시간)은 많지 않아 사측의 주장만큼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파업 과정에서도 공격적인 행위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790억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 내용의 ‘서바이벌플랜’ 가동이 절실하지만, 노조의 반발에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금전적인 피해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직장폐쇄와 근로희망서 작성 문제의 경우에도 지난해 노조의 파업(195시간)으로 161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만큼 안정적인 생산 라인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생산 중인 XM3(유럽명 아르카나) 수출 물량을 르노그룹이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르노그룹 임원들은 부산공장의 생산경쟁력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고, 노사갈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 부산공장의 제조원가·생산비용 부적합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고,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도 노조를 향해 지속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 10일 담화문에서도 “지금 시기를 놓치면 우리 차를 보여줄 기회를 놓치게 되고,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과거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 사진=한국GM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 사진=한국GM

한국GM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당장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부평2공장·창원공장은 절반만 가동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고, 올해 1분기와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25.4% 감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통상임금 150% 성과급 등 임금 요구안(1인당 연봉 1000만원 인상)을 확정했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노사가 정면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노사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올해 초 “지속되는 갈등적 노사 관계, 단기 싸이클의 노사 협상, 불확실성 및 비용 상승을 확대하고, 투자를 저해하는 불확실한 노동 정책 등 풀어야 할 과제들도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계약 근로자를 유연하게 사용해 변화하는 수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데 반해 국내는 규제의 변동성과 파견 근로자 사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정 비용을 상승시키고, 유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엇보다 최근 인천지검이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카젬 사장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사태에 한국GM이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한 바 있고, 이에 업계에서는 철수설·정부 대비책 마련설 등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이와 같은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 노사갈등에 대해 업계·학계에서는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기업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개발·판매에 열을 올리는 등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에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의 현상황은 장·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실적이 더 곤두박질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머리를 맞대도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이탈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무리한 수준인 것 같다. 여론이 기존과 달리 노조에 부정적인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의 이탈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인 만큼 정부도 ‘노조 프랜들리’ 입장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진중한 고민과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전처럼 막대한 규모의 세금 투입 시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사갈등에 따른 경영난을 이전처럼 정부가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떼쓰기’ 선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임단협도 최소 2년 단위 이상으로 변경해 노사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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