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테슬라 ‘탄소배출권’ 구입 않기로···1분기 테슬라 탄소배출권 판매수익 5억弗
완성차, 전기차 시대 맞아 속속 발 빠른 전환···기가팩토리4 개시 지연, 배터리팩 대량 생산도 늦춰져

테슬라 '모델Y'. /사진=이창원 기자
테슬라 '모델Y'. / 사진=이창원 기자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하며 흑자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테슬라에 잇딴 악재가 등장하며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시장의 불매운동 분위기로 큰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기존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탄소배출권 판매가 축소되고, 올해 중반부터 유럽 시장 전초 생산기지로 삼을 예정이었던 독일 ‘기가팩토리4’ 개시 시점이 지연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테슬라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초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그룹과 푸조시트로앵(PSA) 그룹이 합병하며 출범한 합작법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FCA와 PSA가 합병을 통해 탄소 배출 규정을 준수하게 된 만큼, 테슬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당초 테슬라는 탄소배출권을 다른 완성차 기업에 판매해 왔고, 올해 1분기에만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해 5억1800만 달러(한화 약 5810억원)의 수익을 낸 바 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103억9000만 달러(한화 약 11조7000억원), 4억3800만 달러(한화 약 4900억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탄소배출권 판매가 테슬라의 흑자 추이(7분기 연속)와 전체 수익을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테슬라는 순이익 7억2100만 달러(한화 8111억2500만원)를 기록했지만, 이 중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한 수익은 16억 달러(한화 1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관련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고, 탄소판매권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면서 탄소판매권의 선물가격이 급증한 점은 테슬라 경영에 큰 부담을 덜어왔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탄소판매권의 선물가격은 톤당 48.61유로(한화 약 6만5800원)으로 지난해 말 종가(톤당 32.59유로, 한화 약 4만3423원) 대비 49.16% 인상되기도 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탄소배출권 선물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향후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한 지속적인 높은 수익을 기대했지만, 이번 스텔란티스를 시작으로 탄소배출권 판매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폴크스바겐, GM(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고,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내연기관자동차 시대 종식’에 발을 맞추고 있어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한 수익은 빠르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는 유럽 시장 진출과 생산에도 제약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도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올해 7월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4의 개시가 내년 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테슬라는 기가팩토리4에서 ‘모델Y’를 포함한 전기차 연간 50만대를 생산하고, 독자적 배터리팩인 ‘4680 배터리 셀’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테슬라는 독일 브란덴브루크 고등행정법원 등에 기가팩토리4의 조속한 승인을 촉구해왔지만, 현지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기가팩토리4 공사를 위한 벌목 등으로 주변 지역 수량 고갈, 녹지 훼손, 사막도마뱀 서식지 파괴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독일 헨델스블라크 보도에 따르면 브란덴부르크주 환경청장은 기가팩토리4 최종 승인 여부 결정은 당초 예상됐던 5월보다 약 3개월 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최종 승인 후 건설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을 고려할 때 내년 초에나 개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슬라는 당초 기가팩토리4에서 ‘4680 배터리 셀’을 대량 생산하고 유럽 시장 물량을 대다수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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