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투자·연구개발 50% 세액공제” 요청···당정 세액공제 확대 방침
“자금력 있는 대기업 특혜, 미중 경쟁 대응 실효성 없어” 반론도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정부여당 모두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세제지원 확대가 주요 내용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지원은 실효성이 낮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는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세제·금융·기술개발 등 종합 지원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도체지원특별법 제정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적 반도체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겠다는 차원이다.

민주당은 ‘K-반도체 벨트 전략’으로 불리는 반도체 종합지원대책은 6월 안에, 반도체지원특별법은 8월 안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어려움에 처한 차량용 반도체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반도체 특위에서 파격적인 지원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세제, 금융, 기술개발 등 총망라한 반도체산업 강화 대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거론하는 것은 세제지원과 인력양성 정책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세제혜택 수준이다.

기업들은 반도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의 50%까지 세액공제를 확대해달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시설투자의 경우 대기업 세액공제율은 1%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성장사업화시설은 대기업에 3%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은 2%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성장·원천기술 관련 연구개발은 대기업에 30%까지 세액공제를 한다. 업계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모두 50%까지 높여달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도체는 제조시설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규모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최첨단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율 50%까지 상향을 요구했다.

자료=전경련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전경련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당정도 반도체 산업에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단체장 간담회에서 “신성장·원천 기술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대상에 메모리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이 신성장·원천 기술 연구·개발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되면 관련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은 2%에서 30%로 늘어난다.

민주당 반도체특위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기업이 요구한 50%까지 세액공제를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내 기업의 반도체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 최대 50% 세액공제 하는 ‘반도체투자지원법’을 발의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등으로 투자 비용의 50%를 공제받지 못할 경우 최대 10년간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외에 반도체 기업들은 장기 저금리 지원과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등도 요청했다. 또한 환경 및 안전 규제 관련 완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건설·환경·안전 관련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구축해야 한다”며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지연시키고 부담으로 작용하는 화관법, 화평법, 중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업계 의견을 담고 패스트트랙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반면 당정의 반도체 기업 세제 지원이 당면한 미중 분쟁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에 실효성이 낮으며 자금력이 큰 삼성과 SK에 대한 특혜라는 반발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지금 반도체 문제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부분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다. 반도체 기업들에 세제혜택을 준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 지으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국내에서 세제 혜택 준다고 해서 듣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단기적 문제다. 지금 투자해도 시차가 있기에 나중에 공급 부족이 해소된 후 과잉 투자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정부보다 더 잘 안다”며 “역대 높은 이익을 내고 역대급 배당을 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투자 여력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유인을 보고 한다. 정부 관료들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해놓고 실효성이 낮은 반도체 기업 세제혜택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려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제 지원 혜택은 반도체 장비나 부품 업체,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 전반에 다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중 간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위치 설정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은 “조만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는 미국과 반도체 기술 동맹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를 안보와 연관시켜서 보고 있다. 한국은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이 반발할 수 있겠지만 사드 사태처럼 제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양평섭 위원은 “반도체 기술 협력은 정부가 나서기보다 기업에 맡겨야 한다. 한국은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도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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