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개설, M&A 등 사업확장···글로벌 전쟁 '치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주요 대형은행들이 올해도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은행업이 포화상태에 달한 만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홍콩 금융관리국으로부터 홍콩지점 설립을 위한 최종인가를 받았다. 홍콩은 지난해 국가보안법 이슈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금리, 환율 및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무역금융 및 아시아 투자금융 허브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점포임차 및 전산개발 등 지점설립 절차를 거쳐 연내 영업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지점 설립을 통해 기업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신디케이티드론 중심의 투자금융 확대 및 외화조달창구 다변화 등 글로벌사업의 질적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타 시중은행 대비 글로벌 사업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지점 4곳, 사무소 4곳,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현지법인 2곳으로 총 10곳이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이 30개 내외의 해외점포를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이에 농협금융지주는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오는 2025년까지 해외 거점을 13개국 28개 네트워크로 늘리고 자산 6조원, 순익 16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 아래 농협은행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도 베트남 지역에서 시장 확대에 한창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최근 박닌지역 리테일영업 확대를 위해 새로운 지점을 개점했다. 이번 지점의 신설로 베트남우리은행은 북부 하노이 지점 등 8개, 중부 다낭 지점 1개, 남부 호치민 지점 등 6개, 총 15개의 영업점 네트워크를 베트남 전역에 갖추게 됐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 베트남우리은행에 유상증자로 1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자금 여력을 키워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해 AI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뱅킹앱 비대면 대출 영업을 시작하는 등 디지털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박닌에서 베트남우리은행 박닌지점 개점식을 진행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이명호 박닌지점장, 임춘하 금융감독원 소장, 최주호 삼성전자 베트남 복합 단지장, 윤상호 한인회장, 이종인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 응오 탄 프엉 박닌성 부성주 , 응웬 만 뚜안 호아팟 그룹 부회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은행 제공

기업은행도 글로벌 사업에서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업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지난 2019년 설립 후 사상 최초로 1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9년 2020년 각각 182억원, 3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부진으로 기업은행의 전체 해외법인 실적도 손실을 이어갔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좋지 않은 상황속에서도 유상증자로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면서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9년 600억원 규모로 증자를 단행했고, 올해는 약 79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당초 예상보다 일찍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국내 글로벌 부문 1,2위를 다투는 신한은행도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씨티그룹의 동남아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간 국내 은행의 신남방 행진의 선두에 있었다. 2007년 캄보디아 진출을 시작으로 2009년 베트남, 2017년 인도네시아 등에 잇달아 법인을 세우고 필리핀, 싱가폴, 미얀마, 인도에 지점을 개설했다. 특히, 베트남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외국계 1위 은행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은행은 치열한 ‘글로벌 전쟁’을 전개한 바 있다. 경쟁의 한 가운데에는 국민은행이 있었다. 그간 해외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고 지적받던 국민은행은 작년 굵직한 인수합병(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기관 프라삭을 인수한데 이어 인도네시아 중형급 규모인 부코핀 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해외 실적도 급증했다. 국민은행의 실적 증대로 주요 은행 간 순익 격차도 더욱 좁혀졌다. 

올해도 은행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확대에 나선 만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글로벌 사업이기에 당분간 해외 시장에서의 은행 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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