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 현대차 1000cc급 경형SUV 위탁생산···가성비 앞세워 젊은층·중장년층 집중 공략 계획
사양세 보이는 경차시장···지난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이하 판매량 기록
“GGM 장점 살려 차량 품종 전환·다변화”···“친환경차 생산은 쉽지 않은 문제, 경차 정책지원 우선돼야”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지난달 29일 준공된 국내 최초 지역 상생형 일자리 기업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차 시장이 이미 사양세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9월부터 위탁 생산하는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운영 초반 지출 대비 수익성을 고려한 판단이겠지만, 특히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GGM이 선제적으로 친환경차(전기·수소차) 생산에 보다 열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GM은 오는 9월 중으로 현대자동차가 개발하는 1000cc급 차량(프로젝트명 AX1) 생산을 시작한다. 올해 생산규모는 1만대이고, 내년부터는 연 7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차명은 오는 8월 공개될 예정이고, 가격은 10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GGM은 원가와 수익성 악화 부담을 줄이고, 이른바 ‘가성비’를 무기로 젊은층과 중장년층 수요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차량 양산을 위해 GGM은 현재 기술직 경력·신입 각각 53명·186명, 베테랑 서포터즈 5명을 선발한 상태다. 이달 중으로 기술직 신입사원 137명을 추가로 채용해 1교대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이 GGM의 생산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또 지역 일자리 창출·복지지원 인프라 구축 등 지역 상생형 일자리 기업의 취지들도 현재까지는 별 탈 없이 단계를 밟아가는 모습으로 파악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GGM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생산 차량 품종을 전환·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이하(9만7072대)로 떨어졌고, 점차 대형SUV·대형세단·패밀리카 등 대형 차량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SUV와 대형세당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5.8%, 18.9% 증가했다. 캠핑·차박 등 레저활동에 맞춰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문화가 확대되고 있고, 소득수준 향상과 코로나19 등도 대형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GGM이 가성비 좋은 고품질의 차량을 생산하더라도 이른바 ‘제2의 경차시장 붐’을 일으키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차 취득·유류세 감면 및 한도 확대와 구매보조금 지급 등 정책적 지원 없이는 경차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선택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독자적인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양한 위탁사를 유치해 친환경·미래차 생산에 속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GM은 생산 시설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품질만 보장된다면 발전·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장점을 충분히 살려 아시아·글로벌 친환경‧미래차 생산 전초기지의 발판을 다져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GGM이 경형SUV 생산으로 자동차 생산 첫 단추를 꿴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을 통해 해당 시장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GGM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자동차 공장이 23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만들어졌고, 경형SUV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차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경형SUV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 차원의 경차 규모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에너지 낭비·협소한 주차장 등 문제를 고려할 때 중·대형 시장보다 경차 시장을 활성화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동남아 국가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 가능성도 충분해 경형SUV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전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GGM의 친환경차 생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사관계 등도 얽혀있는 문제라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에 대한 부분은 현대차그룹에서도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때문에 전기차 생산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지만, 일단 경형SUV로 스타트를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그림으로 전기차에 대한 고민은 해야 한다고 보지만, 첫 단추이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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