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당대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집 사는 통로 열어줘야”
LTV·DTI 10%포인트 추가···집값·소득 기준 요건 완화 검토
국토부 협의 관건···노형욱 후보자 “종합적으로 검토 필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내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90%까지 풀자”고 목소리를 높인 송영길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여당의 부동산 정책 손질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내에선 LTV·DTI 10%포인트를 추가로 더 높이고 소득·주택 가격 요건을 완화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집값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 온 현 정부의 기조와 반대되는 정책인 만큼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급 많아도 돈 없으면 그림의 떡, LTV 완화 통해 집 사는 통로 열어줘야”

송 대표가 제안한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은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와 청년, 직장인 등 2030 무주택 실수요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2·4 공급대책을 뒷받침하되 실수요자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공급이 많아도 청년 실수요자는 돈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현금 부자들이 ‘줍줍’만 할지도 모른다”며 “생애 처음 주택을 준비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 LTV를 완화해서 집을 사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 제기되는 LTV 완화로 집값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송 대표는 “집값이 상승한다고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집을 사지 말고 평생 전세방이나 월세방에서 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무주택자가 44% 정도 되는데 신혼부부, 첫 주택구입자 등으로 한정하면 충분히 가능하고 (그에 따른) 집값 상승은 다른 정책적 부분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의 정책 방향은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기류와 맥을 같이 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원내지도부와 국회 기획재정위·국토위·정부위 등 부동산 관련 상임위 위원들이 참여한 부동산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당내 특위에서도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 대표가 보여준 제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의 구체적인 윤곽은 당정 조율을 거쳐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무주택자 LTV·DTI 10%포인트 상향, 소득·주택가격 요건 완화

현재 민주당에선 LTV·DTI를 10%포인트 더 높이고 소득·주택 가격 요건을 완화하는 등 무주택자에 대한 우대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간 우대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는 시장의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민·실수요자 LTV 우대요건 적용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서민·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해 LTV를 10%포인트씩 우대 적용받은 비율은 신규 취급액 기준 7.6%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기존 LTV·DTI에 10%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LTV·DTI 한도(시세 9억원 이하 기준)는 투지지역·투기과열지구 40%, 조정대상지구 50%다. 다만 무주택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LTV·DTI를 10%포인트 가산해 주고 있다. 여기에 적용하면 LTV·DTI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60%, 조정대상지역에선 70%까지 늘어나게 된다. 

우대 조건을 조정해 적용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10%포인트를 가산 받기 위해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만 해도 6억원 초반대였으나, 이후 집값이 급등해 9억원을 돌파했다. 여당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주택 가격 기준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할 예정이다. 소득 요건도 8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동안 부부합산 연 소득 기준이 맞벌이 가구의 경우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조율 관건···노형욱 장관 후보자 “종합적으로 검토 필요”  

다만 송 대표가 제시한 방향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줄곧 대출 규제를 강화해 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만큼,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조율 과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송 대표와 당과 제시한 대출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노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어제(2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주택시장과 관련하여 최근 제기되고 있는 규제완화 요구와 관련해서는 취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도 “다만 완화 여부는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가계대출의 추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당정간 엇박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부터 서둘러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그는 당초 봉하마을과 5·18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6일로 이루고, 4일 예정된 ‘정책 리뷰’를 통해 부동산 정책 관련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송 대표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정부 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며  “구체적 정보와 통계를 바탕으로 합리적 대안을 내놓겠다”며 “내일 중으로 정책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정책을 세우고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당보다 청와대가 정책을 주도한 게 많았지만 이제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대선 후보 캠프가 아닌 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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