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 국내 친환경 산업 경쟁력 강화 필요 제기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온실가스 감축규제 강화...석유화학·철강 대응 필요”
“미국 친환경 산업 시장 확대...관련 수출 확대 가능성”

사진은 미국 가정집에 설치된 주거용 모듈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미국 가정집에 설치된 주거용 모듈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 환경 정책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국내 친환경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첫날인 지난 1월 20일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탈퇴한지 4년 만이다. 이로써 미국은 기후변화대응 방향을 공식 수정했다.

파리기후협정은 2015년에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 (COP21)에서 채택됐다. 각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한 협력을 결의했다.

바이든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목표아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제 재건을 위한 인프라 투자계획은 약 4조달러로 예상된다. 청정에너지 개발과 공급확대, 신기술 확대, 고용창출, 경제성장에 사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경제재건 투자 중 우선 발표된 인프라투자계획(The American Jobs Plan, 3.31)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과 전기차 및 관련 인프라에 예산 2000억달러를 반영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한 자국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전기차 부품과 배터리 등의 미국 내 공급체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 설치, 2030년까지 신형 버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달성, 스쿨버스 50만대 친환경버스 전환 등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신정부는 후속 계획으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및 발전부문 배출량 저감, 친환경 건축, 스마트 전력망 등에 대한 투자를 추진한다.

미국은 2035년까지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달성,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및 조세 인센티브 2배 확대, 10년 내에 그린 수소를 기존 수소와 동일한 비용으로 제공 등이 목표다.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얻는 방식에 따라 그레이수소와 그린수소로 세분화되는데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거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그린수소는 수전해기술을 이용하는 친환경 생산방식을 이용한다.

건축 부문에서는 빌딩 400만채, 주택 200만채를 고효율 친환경 시설로 전환하고 친환경 주거단지 150만호를 건설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상업용 건물의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고, 2035년까지 건물 발생 탄소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인프라투자 계획의 일환으로는 2030년까지 30GW 규모의 해상풍력 설치를 계획하고, 해상풍력 터빈 부품 제조를 위한 공장 건설과 항만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첫 임기 종료 시점인 2025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부문별 감축 방안의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평균연비제도(CAFE Standards), 청정수자원법(Clean Water Act),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등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도 강화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미국 신정부의 기후 환경 정책이 우리나라에 위기와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위기 요인의 경우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전략과 미국 내 제조업 부흥 전략은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 요구와 온실가스 감축 규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내 에너지효율과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는 수출상품에 대한 신규 통상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정점이 지났으나 한국은 여전히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탄소배출이 많은 석유화학·철강산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업 인증)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므로 관련 산업계의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내 제조’를 통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향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미국은 전역에 50만개 수준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교통 시스템 자체를 전기차 중심으로 재설계하기 위해 보급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구매 보조금은 ‘미국 내 생산차종’에 한정했다.

기회 요인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바이든 정부는 재정지출을 활용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어 친환경 산업의 시장 확대가 전망된다. 우리나라 관련 기업의 대미 수출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태양광, 전기차, 이차전지 산업의 대량생산 제조기술은 미국의 친환경 인프라 확대에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 전기차와 이차전지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친환경 인프라 시장 확대 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환경정책은 국내 기업의 시장 확대 기회가 되고 환경 개선에 따른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에 대한 투자확대가 국내 제조・생산 및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친환경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쟁국 대비 품질과 가격우위를 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과 차이가 있으며 주요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과 기술격차가 감소하고 있다. 관련 선도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미국의 전기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완성차 뿐 아니라 국내 전기차 부품과 이차전지 기업 간 연계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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