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까지 고용해 인기상품 싹쓸이
수백만원 프리미엄 붙여 재판매
미국·캐나다는 재판매 불허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해 5월 13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해 5월 13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리셀시장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전문 리셀러들이 한정판이나 희소한 물건들을 다 채가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획득한 물건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해 시장을 교란시키기도 한다.

최근 명품 샤넬이 또 가방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구매 희망자들이 백화점 앞에서 오픈런을 시도하고 있다. 인기가 많은 클래식 미디움 물량이 풀리면서 더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평일에는 주말보다 대기 팀 수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평일에도 대기 팀 수가 100팀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샤넬 매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요즘에는 평일에도 주말 못지않게 대기 인원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A씨는 연차휴가를 쓰고 샤넬 오픈런 행렬에 동참했다. 오빠와 결혼할 새언니의 예물 가방을 구하기 위해서다. 백화점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섰지만 A씨는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시간은 물론 귀한 연차휴가도 날리게 됐다.

이처럼 요즘에는 예비 신부의 예물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시가 식구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신부들이 샤넬 가방을 예물 가방으로 선호하는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하루에 서울에 있는 샤넬 매장을 여러 군데 돌아도 구매에 실패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전문 업자인 리셀러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리셀러들은 아르바이트생 등을 고용해 여러 매장에서 인기 상품을 손에 넣고 있다.

샤넬의 경우 싹쓸이를 방지하기 위해 클래식라인 검정 색상 가방은 1년에 1인당 1개만 구매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자구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리셀러들은 여러 사람을 고용해 물건을 손쉽게 구매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오픈런 몇 번만 해보면 낯이 익은 리셀러들의 얼굴이 보인다고 할 정도로 리셀러들의 샤넬 선호는 뚜렷하다. 지역이 멀거나 시간이 없는 이들은 오픈런을 할 기회마저 얻기 힘들어 리셀러들이 되판매하는 제품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수밖에 없다.

리셀러들은 구하기 힘든 새 제품의 경우 수백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한다. 심지어 10년 이상 된 제품을 3배 이상 뻥튀기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리셀이 투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판매글을 보며 구매희망자들은 울화가 더 치밀어온다는 반응이다.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셀러들로 인한 피해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에서는 서머레디백을 받기 위해 한 소비자가 여의도의 한 스타벅스 지점에서 음료 300잔을 주문하고 사은품을 챙겨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직원들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고 음료는 대부분 폐기됐다. 일반 고객들이 정상적으로 스타벅스를 이용하고 가져갈 수 있는 사은품을 리셀러가 상당수 독점하면서 일반 고객은 기회를 잃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레디백은 비싼 몸값으로 날개 돋힌 듯 팔렸다. 대중심리를 이용해 리셀러들은 이익을 취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됐다.

문제는 리셀러들을 법적으로 제재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중고거래라도 반복적으로 영리를 추구한다면 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고거래가 대부분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질 경우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리셀러들은 이익을 얻으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정부도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셀 시장 성숙에 기여한 나이키는 지난 2019 리셀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에어포스1 ‘파라 노이즈’의 래플을 진행하면서 나이키 상의와 운동화 에어포스1을 착용한 사람만 응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PS5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국내 비디오 게임 매장이자 PS 파트너샵인 한우리는 자사 온라인 몰로 PS5를 구매한 유저가 타 유저에게 높은 가격을 붙여 되파는 행위를 발견하면 강제 취소 처리했다. 지점 인스타그램 DM과 게시판으로 유저 제보도 받고 있다.

상품 외에 스포츠 경기 티켓, 공연 티켓 등의 리셀 시장에서도 엄청난 폭리가 나타나자 다양한 대응법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리셀 전문 업체 티켓스와프에서는 티켓 정가의 1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티켓구매와 재판매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법이 없는 실정이다. 완벽하게 리셀러들의 투기를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리셀러들의 수단과 방법이 진화하는 만큼 기업과 정부에서도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경각심을 갖도록 해 지나친 투기라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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