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500m 내 매매가 85~90% 이내로 제한
구도심 사업자 반발···“1년 전 분양가보다 낮아”
“공급 차질 불가피···구·신도심 간 격차 커질 것”

/ 자료=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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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새롭게 내놓은 고분양가 심사 규정이 현장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구축이 몰려 있는 구도심 내 사업시행자들의 불만이 크다. 인근 지역(반경 500m) 매매가의 9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탓에 비현실적인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HUG로부터 낮은 분양가를 받은 일부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잇따라 연기하면서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인천시 부평동 ‘부평역 해링턴플레이스’(부평4구역·2412가구)는 이달로 예정됐던 입주자 모집 공고가 무기한 연기됐다. 조합과 HUG가 분양가 책정으로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조합은 3.3㎡당 분양가로 1810만원을 신청했지만, HUG는 1500만원을 통보했다.

조합이 반발하는 이유는 HUG가 제시한 가격이 인근 단지의 분양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분양한 ‘부평SK뷰해모로’의 평균 3.3㎡당 분양가는 1670만원이다. 현재 호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3.3㎡당 평균 2300만원대다. 또 지난해 3월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부평’의 3.3㎡당 분양가는 최소 1600만원 선이었다. 1년 전에 분양한 단지보다 낮게 평가받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조합의 불만이다. 

업계에선 개편된 ‘고분양가 심사 제도’가 현장에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HUG는 2016년 8월 고분양가 심사 제도 시행 후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지적과 많은 단지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늘어나자 지난 2월 분양가 산정 방식을 개선했다.

바뀐 분양가 산정 방식에 따르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사업지 반경 1㎞ 내 최근 분양한 ‘분양 사업장’과 준공 10년 이내 ‘준공 사업장’ 두 곳을 비교해 높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여기에 ‘인근 아파트 매매가’(500m 이내에 있는 준공 20년 미만의 100세대 이상 아파트)와 비교해 이 아파트 매매가의 90%(투기과열지구85%)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인근 아파트 매매가 규정이다. 500m 안에 신축이 있으면 분양가가 높게 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낮게 책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부평역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500m 내에 위치한 신성미소지움(16년차·3.3㎡당 1200만원)과 부평LH2단지(11년차·1350만원)가 분양가에 영향을 미쳤다. 구축 아파트의 시세가 신축 단지의 분양가를 결정한 셈이다.

지방에서도 지역마다 분양가가 들쑥날쑥 한 모습이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 들어서는 ‘래미안포레스티지’(온천4구역·4043가구)는 당초 3.3㎡당 1946만원에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이를 반려하고 1628만원을 제시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조합은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후분양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24일 HUG 분양보증을 받은 대구 수성구 ‘만촌역 힐스테이트’는 3.3㎡당 2454만원으로 지방 아파트 단지 사상 역대 최고 수준의 분양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인근 지역 매매가 기준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반경 500m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주변에 아파트가 없는 경우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 화성 봉담 내리지구 도시개발사업지에 4034가구 규모의 ‘봉담 프라이드시티’는 도시개발사업 특성 상 기존 도심과 거리가 있어 사업지 반경 500m 안에 비교할 아파트가 없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구도심 내 아파트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근 지역 매매가 기준을 적용할 때 구축이 많은 구도심은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수익성을 이유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사업장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필요한 곳은 구도심인데 이대로 가다간 구도심·신도심 간 공급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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