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서 ‘테슬라 불매운동’ 분위기 고조···사과·주행 데이터 공개에도 비판 지속
테슬라, 中시장 집중공략 전략 차질···여론·대외상황 등 中 태도 변화 관측
자국 전기차 기업 판매량·기술력 성장세···韓완성차기업 반사이익 여부는 미지수

/사진=이창원 기자
테슬라 모델Y. / 사진=이창원 기자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중국 상하이 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왔던 테슬라가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안보를 이유로 중국 당국이 군대와 주요 분야 국영기업에 테슬라 전기차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더해 중국 내 ‘테슬라 불매운동’ 분위기가 고조되면서다.

뒤늦게 테슬라가 적극적인 대응 자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중국 전기차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기술력도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는 만큼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폐쇄·퇴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기습시위’로 촉발된 비판 여론···‘주행 데이터 조작설’ 등 논란 확대

27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 분위기와 중국 당국의 압박 수위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상하이모터쇼에서 테슬라 ‘모델3’ 차주 장씨는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刹車失灵)’는 글귀·테슬라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2019년 구매한 차량이 지난 2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다른 차 2대를 충돌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탑승한 온 가족이 사망할 뻔했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테슬라는 당초 “차량 결함에 대한 책임은 모두 감수하겠으나 비이성적 불만까지 타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기습시위의 ‘배후설’을 제기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에 중국 당국은 물론 관영 매체들은 테슬라의 ‘오만함’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주행 데이터 공개와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악화된 여론에 테슬라는 뒤늦게 주행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례적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 모습이다.

테슬라가 공개한 주행 데이터에 따르면 장씨의 차량은 사고 직전 시속 118.5㎞의 속도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고, 긴급제동 장치가 작동한 가운데 차량 속도는 충돌 직전 시속 48.5㎞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은 브레이크를 밟고 곧바로 일어났고, ABS 브레이크가 기능하기 시작한 이후 충돌까지 걸린 시간은 1.8초라는 것이 테슬라가 공개한 주행 데이터의 내용이다.

테슬라는 주행 데이터를 공개하며 “주행 데이터에 따르면 충돌 전 30분 동안 브레이크가 잘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차량은 사고 전 브레이크 고장이 없었고, 교통안전은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이와 같은 ‘반격’에도 중국 내 여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테슬라가 일방적으로 주행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무(無)타협’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내 일부 주차장에서는 테슬라 차량의 진입을 저지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고,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테슬라 차량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주행 데이터 ‘조작설’과 주행 데이터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가 개최됐다. / 사진=연합뉴스

◇테슬라, 中시장 선점 전략 ‘빨간불’···中 웨탄·보이콧 등 태도 변화 확연

상황이 이러하자 테슬라는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예상하고, 현지맞춤형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또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순이익(4억3800만 달러·한화 약 4900억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중국 상하이 생산공장(2019년 구축)의 생산·판매는 물론, 확장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향후 상하이 공장이 폐쇄·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차량 중 30%가 중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론도 여론이지만, 중국 당국의 테슬라에 대한 태도 변화가 확연하다는 것이 테슬라로써는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번 ‘기습시위’ 관련 테슬라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고’는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공업정보화부, 교통운수국 등 5개 부처는 테슬라를 웨탄(約談·예약면담) 형식으로 공개 소환한 바 있다. 통상 웨탄은 기업에 요구사항을 전달·질책하는 조치로, 당시 중국 당국은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 발화·급발진 등 문제를 지적하며 법규 준수·내부 관리 강화·품질 및 안전 책임 이행·소비자 권익 보호 등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테슬라 차량에 내장된 데이터 수집 장치(카메라 센서 등)를 통해 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군대와 항공·우주 등 주요 분야 국영 기업 종사자에 대해 테슬라 차량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경우 대기업 대다수가 국영기업인 만큼 사실상 테슬라 차량에 대한 ‘보이콧’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테슬라 공장 확장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던 상하이 푸동린강개발구의 테슬라 상하이 공장 2기 사업장 인근 부지 경매가 유찰된 것과 관련해서도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테슬라에 대한 정책 변경에 따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전 중국이 테슬라에 공장 부지를 제공할 당시 각종 우대혜택을 줬던 것과는 너무 상반된 태도로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中기업 성장세, 태도 변화 영향···韓완성차 기업 ‘테슬라 주도권’ 확보 여부 주목

이와 같은 중국의 태도 변화는 악화된 여론 분위기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 대외적인 이유가 크지만,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세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1일 출시된 중국 전기차 업체 싸이리쓰(賽力斯·SERES)와 화웨이가 합작한 전기차 ‘SF5 화웨이즈쉬안(華爲智選)’의 이틀간 주문량은 3000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자동차(SAIC), 제너럴모터스(GM), 중국우링(五菱·Wuling)의 중국 합작사 SGMW이 만든 저가 미니 전기차 ‘훙광미니EV’도 1분기에 중국에서 7만2000대가 판매됐고, 니오·샤오펑·리오토의 고급 전기차 판매량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기차 차체를 가볍게 하는 핫스탬핑(hot stamping, 950℃의 고온으로 가열된 철강소재를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 특허 관련 중국의 출원 비중은 1819건(34.6%)으로 가장 높아 전기차 기술력 확보 측면에서도 높은 기대를 갖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테슬라가 중국에 진출해던 당시 전기차 불모지 상황이 급변한 만큼 현재 중국 입장에서는 테슬라를 지속적으로 품을 ‘절박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내 테슬라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 관측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테슬라가 쥐고 있던 중국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상하이모터쇼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기차 아이오닉5·EV6를 중국 시장에 공개했고, 제네시스 첫 전기차 G80 세단 전동화 모델도 최초로 공개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 의지를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선전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소비자 여론은 테슬라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가성비 등 측면에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높은 기술력·디자인을 주무기로 공략을 시작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높아진 중국 내 ‘애국소비’ 분위기를 넘어서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사진=제네시스
지난 19일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 사진=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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