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서 제출···28일부터 노조 가입 신청
“통계·데이터 기반 투명성·공정성 확보”···기본급 동결·‘586세대’ 과잉 지분 불만
직군·세대별 ‘노노갈등’ 우려 목소리···복잡해진 사측 셈법, ‘新임금체계’ 재추진?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설립신고서 들어 보이는 김건우 노조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는 김건우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기존 노조와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사무·연구직 노조는 입사 8년차 이하(매니저급, 사원·대리) 2030세대 직원들이 주축이고, 기존 노조의 지난해 노사협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출범 전부터 높여왔던 만큼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와 갈등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26일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오는 28일 노조설립 신고증을 받은 후 정규직 직원뿐 아니라, 비정규직·계약직·별정직 모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노조 가입 신청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약 500명이 사무·연구직 노조 가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네이버밴드에는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오트론·현대로템·현대위아 등 직원 약 4000명이 가입한 상황이다.

사무·연구직 노조 초대 위원장을 맡게 된 김건우(현대케피코) 노조위원장은 설립 배경과 관련해 “기존 노조는 생산직의 권익 우선이었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무·연구직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며 “사무·연구직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껴 별도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결정 시 통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기존 노조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참여를 희망하는 노조원의 신분노출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우선 그룹사 차원으로 설립하고, 차후에 회사별로 지부를 설립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회사 사무·연구직 노조와도 연합한다는 계획이다.

사무·연구직 노조의 가장 큰 특징은 2030세대가 주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동결되면서, 2030세대 사무·연구직 노동자들이 결집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당시 임금협상 과정에 2030세대 노동자들은 성과금(성과급·상여금)에도 영향을 주는 기본급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기본급 동결 합의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존 노조는 기본급 인상보다 ‘65세 정년연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무엇보다 개발·생산직 노동자가 사무·연구직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많아 기존 노조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기본급 동결 합의는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의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높은 실적을 이뤘음에도 업무에 큰 차이가 없는 IT업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던 차였다.

아울러 이들은 이른바 ‘586세대 과잉 지분’을 성과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여왔다는 점도 이번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에 적지 않은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자 업계에서는 기존 노조와 사무·연구직 노조 간의 ‘노노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며 회사 내부의 직군·세대별 갈등에 본격적인 불이 붙은 형국”이라면서 “그동안 기존 노조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고, 불합리한 결정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던 젊은 노동자들과 이른바 기성세대 노동자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생산직군과 사무·연구직군은 현대차그룹을 지탱하는 양축으로 어느 한 쪽도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게 된 만큼, 기존 노조는 원만한 소통을 통해 노조의 원 취지를 살리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면서 사측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미 매년 쉽지 않은 임금협상을 벌여왔던 기존 노조에 더해 협상 파트너가 늘어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두 개의 노조가 서로 대척되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 사측의 ‘노조 리스크’는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으로 기본급 인상과 8년 차 미만 사무·연구직 성과급 인상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기존 노조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호봉제를 성과·직무 위주로 개편하는 ‘신(新)임금체계’를 추진했다 기존 노조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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