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ZT 대기 110팀···구찌는 48팀
MZ세대 타깃 지하 2층 가장 붐벼
3대 명품 하나도 없어···명품 라인업 약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4월 마지막 주말 더현대 서울의 표정은 다소 여유로웠다. 인파가 모여들어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모습에서 힐링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던 본래의 계획대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전 층을 둘러본 결과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지하 2층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

지난 2월 26일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문을 연 지 딱 두 달이 됐다.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겠다던 포부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얼마나 실현됐는지 살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을 찾았다.

더현대 서울하면 “사람 너무 많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따라올 정도로 그동안 더현대 서울은 들끓는 고객을 감당하느라 진땀을 뺐다. 자체 방역 수칙을 강구해 지난달에는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무료 주차 혜택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그러나 25일 오후 4시 30분, 매장은 다소 한산했다. 여전히 에스컬레이터 3칸 띄어타기가 실시되고 있었지만 개장 당시 에스컬레이터를 꽉 채웠던 아찔한 풍경은 재현되지 않았다. 더현대 서울 관계자에게 고객 수 변화에 대해 묻자 “오늘 고객 수가 줄어든 편이 맞다. 개장 당시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며 “코로나19 재유행 조짐 영향도 있는 것 같고 개장 때 찾았던 인파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구찌 매장의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구찌 매장의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1층 명품 매장 중 인기가 많은 구찌의 경우 오후 4시 50분 기준 48팀의 대기가 있어서 약 5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소요됐다. 다른 매장은 빠르게 입장이 가능했다.

치열한 대기 전쟁은 오히려 지하 2층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지하2층은 MZ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H&M의 고급 브랜드 아르켓부터 나이키, 스니커즈 리셀 편집숍 브그즈트랩(BGZT Lab), 신개념 편의점 나이스웨더 등이 자리하고 있다. 전 층을 통틀어 지하 2층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고 개성있는 MZ세대들이 쇼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BGZT Lab 매장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BGZT Lab 매장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특히 BGZT Lab의 대기 팀 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110팀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구찌 매장 대기 팀 수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대기 팀 수다. 한정판 스니커즈에 대한 MZ세대의 욕구를 잘 파악한 덕에 실험형 매장이 아닌 인기 매장으로 입지를 다졌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가 처음으로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BGZT Lab 매장 대기 팀 수는 110에 달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BGZT Lab 매장 대기 팀 수는 110에 달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아르켓 매장에서도 여느 지상층 의류 매장보다 더 많은 쇼핑객들이 몰렸고, 비좁은 나이스웨더 매장에서도 쇼핑객들이 몸을 욱여넣으며 구경에 한창이었다.

한 층을 MZ세대에게 내어주고 그들의 욕구를 잘 분석한 더현대 서울의 전략이 통했다. 청년층 사이에서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은 핫플레이스가 됐고, 이커머스에서 볼 수 없는 가볼만한 공간이 됐다.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는 “최근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넓은 공간을 매장이 아니라 공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타임트랩, 즉 고객의 시간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잡을수록 지출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커머스에서 시장을 많이 빼앗긴 전통 유통업체가 힘을 발휘하려면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가치에 특기를 발휘해야 한다”며 “즐길거리, 경험으로 쇼핑객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시간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쇼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쇼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더현대 서울의 강점인 전시회, 디자인 스튜디오,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는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찾았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개장 당시와 달리 테이블과 의자가 치워졌다. 더 넓어진 공간에서 고객들은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자녀와 함께한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다

명품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었다. 생로랑, 티파니앤코, 프라다 등의 명품이 입점 예정이었지만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3대 명품이 하나도 없는 것은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인기 명품을 한 곳에서 구경하고 구매하기에 더현대 서울은 부족했다.

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이 명품 쇼핑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다. 브랜드가 더 많을뿐더러 인기가 많은 루이비통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을 방문하자 루이비통을 서성이는 고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루이비통 매장의 대기 팀 수는 40팀이었다. 구찌 매장의 경우 대기가 없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쇼핑객은 “명품 사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더현대 서울에 가려고 했는데 루이비통 매장이 없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그래서 근처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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