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경징계 결정···차기 회장 도전 가능
적극적인 피해 배상 의지 인정···하나은행, 지난해 전액 배상안 수용 결정

금융감독원/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든 라임펀드 사태 관련된 은행권 CEO들의 징계 절차가 하나 둘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 CEO들과 마찬가지로 은행장들 역시 중징계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피해배상 노력 등을 감안해 잇따라 징계 수위를 사전통보안에 비해 낮추는 중이다. 이런 흐름은 향후 제재심을 앞둔 부산, 경남, 하나은행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금감원은 전일(22일) 개최한 신한은행 라임펀드 사태 관련 제재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25일 1차 제재심을 시작으로 총 네 차례 회의를 거쳤으며 그 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금감원이 사전통보한 ‘문책경고’보다 수위가 한 단계 낮아졌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부터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뉘며 문책경고 이상부터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만약 사전통보안대로 문책경고가 내려졌다면 임기가 오는 2022년 말까지인 진 행장은 은행장 연임 또는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도전에 차질이 생긴다. 예상보다 낮은 징계에 신한금융은 후계 구도 안정화 차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도 주의적 경고에서 주의로 낮았다. 같은 경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 회장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지만 지주사 차원의 책임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기관제재도 경징계인 ‘기관주의’로 낮아져 M&A 등 신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제재심을 완료한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사전 통보안에 비해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은 문책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직무 정지에서 문책경고로 각각 한 단계씩 징계가 낮아졌다.

각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징계 경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재심에 참석한 은행 관계자들 역시 관련 부분을 가장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은 지난 19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CI(Credit Insured)펀드 피해자 2인에 대한 배상 조정안을 마련하자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속하게 해당 안건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인 외 다른 고객들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신속하게 배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손실률이 큰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란 분조위 권고안을 관련 금융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수용했으며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안도 받아들인 바 있다.

업계 관심은 라임펀드 제재심을 앞둔 부산, 경남, 하나은행 등으로 향한다. 특히 이중 하나은행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들이 모두 현직에 남아 있어 징계 여부가 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까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이끌었던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과 황윤철 전 경남은행장은 지난달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타 은행에 대한 징계 감경 흐름은 이들 은행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금융사별 형평성 문제는 금감원이 징계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안 중 하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해 우리은행과 동일하게 라임무역펀드 전액 배상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며 적극적인 피해 배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심지어 이들 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모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보다 작다. 우리은행은 총 3577억원으로 은행권에서 라임펀드를 가장 판매했으며 신한은행이 276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이보다 작은 871억원을 판매했으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판매액은 각각 527억원과 27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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