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용 차량으로 충분한 수입 얻기 어려워
중소택배사 노동자의 경우 저상용 차량 확보 난제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택배 노동자는 일부 아파트 주민과 택배사에 두 번 갑질을 당하는 구조다. 택배 갈등은 주민과 택배 기사 간 협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물류 문제로 풀 것이 아니라 상식의 문제, 사회문제로 풀어야 한다.”

/사진=안영효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안영효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에게 택배 대란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택배 갈등이 물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고 봤다. 물류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간의 입장을 바탕으로 아파트 주민들과 택배 기사들이 모여 방법을 강구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따라서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으로 대안을 찾기보다는 같이 고민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무작정 택배 차량의 진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안으로 대두된 저상용 택배 차량 도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 교수는 택배 노동자들 대다수가 자영업자임을 지적하면서 택배사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저상용 차량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택배사가 주장하는 바와 실제 택배 노동자의 현실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봤다. 과거 한 택배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안 교수는 택배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택배사가 말하는 수익은 위험한 수준의 노동강도로 일할 때 발생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택배사가 이야기하는 고수익의 경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식비, 유류비, 차량 유지비, 차량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수준이라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가 택배 1상자를 배송하고 챙길 수 있는 이익은 적게는 600원에서 많게는 1000원 수준이다. 여러 부가적인 비용을 빼고 하루 200박스 정도 배송하고 25일 정도 일하면 300만원~400만원대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저상용 차량을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상용 차량은 200박스가 실리기 어려운 구조다. 허리를 펴지 못해 노동강도는 훨씬 올라가는데 실을 수 있는 양은 많지 않아 수익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얘기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탑차를 채울 수 있는 정도의 물량을 처리를 해야 한다고 안 교수는 잘라 말했다. 이런 연유로 안 교수는 저상용 차량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택배 물량을 많이 배정받지 못하는 중소 택배사의 경우 저상용 차량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적은 물량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은데 더 큰 돈을 들여 저상용 차량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대신 시간대를 맞춰서 택배 차량을 지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피해 진입하는 것이다.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택배 차량 경로를 아파트 주민들이 수정해서 도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에서 이런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전통카트를 통한 배송, 택배함을 통한 배송이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를 두고 옥신각신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안 교수는 점쳤다.

안 교수는 택배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택배사와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고객인 아파트 주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맞춰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택배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원하는 방법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어서 택배 노동자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안 교수는 “택배 노동자가 당하는 갑질은 두 개다. 하나는 일부 주민이 하는 갑질이고 하나는 택배사가 하는 갑질”이라며 “먹고 살기 위해서 택배 노동자는 고통을 감수하며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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