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및 노동강도 문제 있어
중소업체 택배노동자의 경우 부담 커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원형 아파트 모습. 입구에서 차량이나 오토바이 출입을 막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원형 아파트 모습. 입구에서 차량이나 오토바이 출입을 막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다른 대안이 필요해졌다. 저상차량을 통한 지하 진입이 대표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단점도 많아 반발이 많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지상으로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가 늘고 있다. 아파트 내 어린이집, 놀이터 등이 많이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차량 진입으로 인해 아파트 내가 복잡해지고 어수선해지는 것을 막고 소음 없는 조용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공원형 아파트에 진입한 거주자들의 경우 택배차량을 비롯한 차량의 지상 진입을 반기지 않고 있다. 애초에 아파트가 ‘차 없는 아파트’로 홍보가 돼서 자녀의 안전을 생각해 입주한 이들이 많아서다.

애초에 설계 시부터 택배 차량 진입 등이 고려되지 못한 탓에 갈등을 낳고 있다. 보통 택배 차량은 2.7m 정도의 높이이기 때문에 2.3m 정도 높이의 지하주차장 입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9년부터는 공원형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높이를 의무적으로 2.7m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허가를 받은 공원형 아파트의 경우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높이인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택배 기사들이 일반 택배 차량과 저상 택배 차량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택배 기사들이 일반 택배 차량과 저상 택배 차량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상출입이 거부돼 지하로 진입해야만 한다면 저상차량으로 교체하든지, 기존 차량을 개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비용 부담은 모두 택배기사의 몫이다. 택배 회사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택배기사의 사비로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많은 물량을 배송하는 기사와 할당받는 물량이 적은 기사 모두 문제가 된다. 물량이 많은 배송기사의 경우 저상차량을 이용하면 적재량이 줄어든다. 일반 탑차 이용 시보다 훨씬 적은 양이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을 다 싣지 못해 두 번 왕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량이 적은 중소 업체의 경우 택배 물량이 적어 택배 배달로 인한 이익이 크지 않아 차량 교체나 개조에 따른 비용이 훨씬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익은 소규모인데 더 큰 비용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저상차량을 이용할 경우 택배 노동자들이 허리를 펼 수 없다. 높이가 낮아 허리를 숙이고 물건을 옮겨야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과로가 더욱 늘어나는 방법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에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에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방법으로 택배 노동자가 아파트 앞까지 물품을 운송한 뒤 손수레나 전동카트로 배달을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노동이 배가 되고 시간도 늘어나기는 한다. 또한 손수레나 전동카트 구매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실버택배 업무를 하는 어르신들이 아파트 단지 앞에 배달된 물품을 각 세대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역시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하주차장 높이만 높이면 기존 차량이 진입이 가능해서 바뀌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하주자창 높이를 바꾸는 것은 더 큰 비용 문제를 야기한다.

몇몇 아파트에서는 협의를 통해 택배차량의 지상출입 통제를 전제로 하되 특정 시간을 정해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많은 등·하교 시간을 피해서 지상으로 택배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역시 별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시간만 잘 지키면 안전 위험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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