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21일 이사회 개최···권고안 수용 가능성 높아
22일 제재심 예정···피해구제 노력 인정시 징계 경감 가능성↑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나온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권고안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신한은행에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액의 최대 80%를 자율 조정할 것을 권고했으며 신한은행은 빠른 시일 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이 분조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자율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다른 은행장들의 사례처럼 사전 통보안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 행장이 징계 수위를 경감시키는데 성공할 경우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분조위, 피해자 2명에 각각 69%·75% 배상 권고···자율조정 유도 방침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분조위는 전일(19일)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CI펀드(Credit Insured 펀드)에 대해 사후정산방식에 의한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사후정산 방식은 환매연기 사태로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판매사 동의 하에 우선적으로 배상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미상환금액 전액을 손해액으로 보고 배상 비율을 정하며 만약 추후 상환액이 발생할 경우 판매사는 상환금에서 초과지급배상금을 차감한 잔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분조위는 조정 대상 피해자 2명에 대해 각각 69%, 75%의 배상 비율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우선 신한은행이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과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신한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적합성원칙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

또한 신한은행은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의 다른 투자대상자산(사모사채, 다른 집합투자기구)의 투자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으며 안전성만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분조위는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내부통제 미흡 및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도 크다고 판단해 높은 비율의 배상안을 마련하게 됐다. 향후 분조위 신청인 2인과 신한은행 양 측이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분조위는 이번 배상 기준에 근거해 나머지 투자자들에 대한 자율조정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배상비율은 기본 40%에서 최대 80%로 설정했다. 추가로 분조위는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취소 등으로 재조정 가능함을 조정결정문에 명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미상환액은 2739억원에 달한다.

현재 라임펀드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감원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배상비율이 오히려 전액 배상 등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의환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배상 비율이 69%, 75%로 정해진 것은 투자자의 자기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사기성이 강한 펀드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똑같은 라임펀드 내에서도 상품마다 배상 비율을 달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이긴 하지만 획일적으로 배상 비율을 정해버리면 더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일부 피해자들이 100% 배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며 “피해자를 배려한 결정이 아니라 판매사를 배려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진·손태승 등 잇따라 징계 수위 경감···경징계시 진 행장, 차기 회장 도전 가능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분조위의 이번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이 CEO들에 대한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빠르게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신한은행이 이사회를 거쳐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오는 22일로 예정된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월 금감원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각각 주의적경고와 문책경고를 사전통보한 바 있다. 진 행장에게 통보된 문책경고는 향후 3년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조 회장, 진 행장과 함께 중징계를 통보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제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추는데 성공했다. 사전에 직무정지가 예고됐던 손 회장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 등이 인정돼 최종적으로 한 단계 낮은 문책 경고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손실률이 큰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분조위의 권고안을 관련 금융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수용했으며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안도 받아들인 바 있다.

디스커버리펀드, 라임펀드 사태로 인해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던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역시 동일한 이유로 제재심에서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신한은행이 20일로 예정됐던 분조위 일정을 19일로 하루 앞당겨달라고 요청한 것 역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만약 진 행장이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낮추는데 성공하게 되면 차기 신한금융 회장 도전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진 행장을 포함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등 신한금융의 주요 계열사 CEO들은 모두 지난해 말 2년 연임에 성공하며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EO 3인의 임기는 모두 2022년 말까지로 2023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임기와 비슷하게 맞춰진 상태다. 만약 조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진 행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가 경감되지 않을 경우에는 금융사와 금감원 사이의 행정 소송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DLF(파생결합상품)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던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현재 금감원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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