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임금 삭감 핵심 쟁점···노사 ‘평행선’ 대립 속 장기화 우려
‘친환경차’ 경쟁 본격화, 생존 위협···정부·금융당국 등 ‘중재자’ 역할 기대 어려워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 정부는 일제히 노사의 완만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노사는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각론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보인다.

특히 쌍용차는 10년 만에 재차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지만, ‘자구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임금삭감을 통한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노조측은 ‘20만 노동자 일자리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현재 자율 구조조정지원 가동 전 3100억원의 공익채권을 포함해 갚아야 할 채권 규모는 4000억원이 넘고, 이에 최근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됐던 HAAH오토모티브도 재무적 투자자인 중동금융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정관리 졸업을 앞당기기 위해 쌍용차는 지난 2일 ‘더 뉴 렉스턴 스포츠·더 뉴 렉스턴 칸’을 출시하고 나섰지만, 법정관리가 시작되자 일부 부품사들이 납품을 거부해 평택공장은 오는 23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쌍용차가 최근 평택 본사를 포함한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본금 1907억원을 확보하며 완전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나 겨우 숨통만 트인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에도 사측은 지난해 적자전환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주 골자로 한 ‘서바이벌 플랜’ 가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높은 고정비용과 낮은 생산경쟁력이 제고되지 않을 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반면, 노조측은 지난해 단 한 번의 적자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사측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고, 적자의 책임도 노동자가 아닌 경영진에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사의 대립 속에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은 9개월째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와 르노삼성차의 노사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자동차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이 ‘친환경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개발·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생존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세계적인 탄소저감 분위기 속에 내연기관자동차 비율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친환경차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이렇다 할 친환경차 모델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결국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최대한 신속히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금융당국·정치권의 ‘중재자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노사 스스로 상생을 위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조의 경우 예전과 달리 노조를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도 상당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며 이미지를 쇄신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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