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서 해열제 구매자 코로나검사 권고
편의점 고객 명부 확보와 권고 어려워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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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편의점 해열제 판매 등 안전상비약 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 해열제 구매 시에는 약사의 코로나19 진단검사 권고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지 않자 경남 진주, 강원, 충북, 수원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잇따라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의사는 물론 약사와 안전상비 의약품 판매업자가 해열제 등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이 같은 행정명령이 내려진 충청북도 병원과 약국 곳곳에는 행정명령 내용 관련 안내문이 나붙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병·의원과 약국, 안전상비 의약품 판매업(편의점 등) 책임자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진단검사 대상자 명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즉시 가까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권고해야 한다.

이런 권고를 받은 이들은 24시간 이내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만약 이를 거부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조치(200만원 이하 벌금)되거나 과태료(300만원 이하)가 부과될 수 있다.

수원시는 유증상자가 찾아오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력하게 권고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관내 병원과 약국에 전달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병·의원, 약국을 찾은 시민들 중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분이 있으면 ‘즉시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강권해 달라”며 “소중한 말 한마디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를 누그러뜨리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와 약사도 검사 여부를 가려내기가 어려운데 전문지식이 없는 편의점 직원이 고객의 검사 권고를 내리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조언을 내리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오히려 고객과의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해열제 구매처인 편의점이 자칫 방역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열제 처방자의 명부를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자 당분간 편의점 해열제 판매를 일시 중단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수철 부산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 청원글을 게재했다.

정 단장은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기관·약국 방문자 중 의사 또는 약사로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 안내를 받은 자는 48시간 이내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 실시를 하게 돼있다”며 “발열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편의점 해열제를 복용하고 열을 낮춘 뒤 일상생활을 할 경우 코로나의 확산 우려가 있다.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안전상비약 제도에 따라 타이레놀, 판콜에이, 판피린 등 의사 처방이 필요치 않은 일반의약품 13종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무작정 뺄 수도 없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 아플 때 긴급하게 약을 투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편의점 상비약 판매량은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유행 때에는 병원을 기피하면서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등으로 감기환자가 줄어들자 다시 안전상비약 매출이 감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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