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 꼽힌 현대차·포스코·CJ 일제히 난색···산은도 “매각계획無”
“아시아나 때와 닮은 꼴···산은, 반응 보려 유포하나” 의심까지 등장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HMM(구·현대상선) 매각설이 또 등장했다. 올해만 세 번째다. 산업은행이 거듭 계획이 없음을 밝혔으나 매각설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와 시장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매각을 희망하는 산업은행이 고의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등장했다. 

1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HMM 민영화가 최초 거론된 것은 지난 1월이다. 산업은행이 HMM을 M&A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며,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다 철회한 포스코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소식이 확산됐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과거 현대건설 인수와 같이 범(凡)현대 재건을 위한 목적이라는 의미였다. CJ그룹도 포함됐다.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를 노릴 것이란 해설이 더해졌다.

상황만 놓고 보면 3사의 HMM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최소 1~2개 업체들이라도 이 같은 행보를 보여야 했지만, 공통적으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두 번째 매각설 때도, 최근 제기된 세 번째 매각설이 나올 때도 3사의 입장은 되풀이됐다. 실제 유력 후보로 거론된 회사들의 행보를 비춰보면 HMM 인수의사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20년 넘게 보유한 HMM 지분 전량을 모두 처분했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는 비용절감이 목적이었다. 투자의 방향성도 해운업과 차이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모빌리티에, 포스코는 비(非)철강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배터리 소재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교적 사업연계성이 부각되는 CJ는 인수의사가 없음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형 M&A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인수의향이 있더라도 이를 내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전례가 HMM 매각설을 꾸준히 부채질 한 것으로 풀이된다. 3사의 반박이 일종의 연막작전으로 비춰졌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동시에 HMM이 지난해 창사 이래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하며 매물로서의 매력이 커진 것도 이 같은 여론전을 부채질 했을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거론하며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2019년 4월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매각결정이 내려지기 이전부터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SK·한화·CJ 등이 유력 인수후보며 삼성·현대차 등도 관심이 있다는 설(說)이 난무했으나, 그 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산업개발이 낙점됐다. 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한진의 인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까지 나서 “HMM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HMM 매각설의 양상이 아시아나항공 때와 닮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안팎에서는 산업은행이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의중을 살피기 위해 고의로 매각설과 후보군을 흘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나타났다.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가 6월 말 만기라는 점도 의혹에 힘을 보탠다. 전환사채 만기 시 주식으로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은행도 같은 선택을 할 경우 HMM 보유지분이 높아진다. 지분규모가 커질수록 추후 매각하는 데 난관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 같은 이유로 산업은행이 HMM의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이며, 나름 판단한 인수 후보군의 의중을 살피기 위해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 매각 및 각종 낭설들은 사실무근이며 계획조차 세운 바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만기 예정된 전환사체와 관련된 의사결정 역시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알렸다. 매각설의 당사자인 HMM 측도 “매각 여부의 결정권을 산업은행이 쥐고 있어 확답하기 힘들다”면서도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매각 등과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서는 HMM의 매각이 이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분 12.61% 등을 포함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최소 1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고,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인 만큼 물류안보 차원에서 해외보다는 국내기업이 새 주인이 될 것으로 점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