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격 변동성, 지급 수단 활용에 제약”···관련 대출 부실화 등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과열되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암호화폐와 관련해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말한 바 있는데 지금도 그 입장에 변화는 없다”며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최근 발언을 보면 다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암호자산은 사실상 가치의 적정 수준과 적정 가격 등을 산정하기 대단히 어렵고 가격의 변동성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과도한 암호화폐 투자로부터 촉발될 수 있는 부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드러냈다. 그는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도해진다면 투자자에 대한 관련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고 있고 거기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 많은 나라가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달 서면으로 진행됐던 주요 현안 문답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하는데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도입되면 특히 지급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제적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경제의 회복 흐름이 강화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높아지고 있어서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을 고려한 선제적 금리인상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아직은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백신 접종이 경제에 주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에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회복세가 안착됐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단계에서 정책 기조의 전환을 고려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융안정과 관련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많은 위원들이 금융불균형,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며 “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관련 문제에 유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은 입장에서 보면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가계부채 관리를 (통화정책 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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