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현대오토에버 이어 2년 만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추진
IPO 후 지분가치 확대···증여세·현대모비스 지배력 확보 여부 관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온라인으로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 사진=현대차그룹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 중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추진된다. 2019년 현대오토에버 이후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2년 만에 추진되는 기업공개(IPO)다. 두 회사 모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높은 지분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총수에 올랐으나 그룹 지배력 확보의 숙제를 안고 있는 정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코스피 상장을 위해 내달 중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곳 최대주주는 현대건설(38.62%)이다. 2대 주주는 정 회장으로 11.72%의 지분을 보유했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4.68%)과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9.35%), 현대모비스(9.35%) 등도 지분을 보유했다.

정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던 현대엠코가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서, 이곳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설계·시공 면에서 상당한 능력을 인정받으며,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 경쟁력까지 갖춘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기업이었던 탓에 정 회장의 승계에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던 계열사다. 과거 현대엠코가 영위하던 그룹 내 시설관리 및 통근버스 운영 등의 업무를 도맡는 등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기도 했다.

상장추진과 관련해 업체 측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의 시각은 상반된다. 시기적으로 정 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함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비상장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상장한 데 이어, 2년 만에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또 다른 계열사 상장이 추진되는 것이 우연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8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면서 “이듬해 현대오토에버가 상장했고, 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일인(총수) 지정을 받게 된 시점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도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듭된 IPO를 통해 정 회장 지분 가치가 높아지고, 추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배력 정점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데 IPO 계열사 지분을 활용할 여지가 높아졌다”고 표현했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구조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핵심 고리를 포함한 4대 출자 고리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핵심 고리 중 한 곳 이상의 지배력이 그룹 전체 장악력과 직결된다. 다만 현대차그룹 지배력은 정 회장이 아닌 부친인 정 명예회장이 여전히 정점에 올라있다. IPO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추후 증여세 등의 승계자금으로 활용될 여지 또한 높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편, 이번 IPO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시그널이란 해석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핵심 고리 3사 중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격상시키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0.32%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