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경쟁사 SK이노 대비 낮은 연봉·처우 불만 지속적으로 고조
SK하이닉스 ‘성과급 반발·’LG전자 ‘사무직노조’ 등 재계기류 반영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업체들이 나란히 임금인상에 나섰다. 전기차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배터리 등 관련인력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인력유출을 막고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적용되는 임직원 임금을 평균 10% 인상했다. 책임급 이하 초임이 6~7% 인상됐으며, 기본급과 상여금 등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10%가량 인상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SDI는 최근 진행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7% 인상안이 확정됐다. 기본급 4.5%, 성과급 2.5%가 각각 인상될 예정이다.

사실 배터리업계에서는 그동안 임금을 둘러싼 불만이 고조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배터리 빅3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이 비교적 높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동종업계 내부 임금차이에 따른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 불만이었다. 실제 지난해 3사의 평균임금을 비교해보면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인당 평균임금은 1억300만원이다. 삼성SDI(8300만원)와 2000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 1일 출범해 한 달간의 수치만 파악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인당 1100만원을 수령했다. 산술적으로 연 1억3200만원이 기대되지만, 시기가 연말이었음을 감안하면 실제 수령금액은 이보다 낮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 모체인 LG화학의 작년도 1인당 평균급여액은 9300만원이었다.

결국 임금격차에 대한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각 회사들이 내부 사기진작 등을 감안해 임금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에 대한 이의제기가 공론화되고, LG전자·현대자동차 등에서 사무직노조가 출범하거나 출범이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이번 임금인상에 주효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구성원들이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화가 재계 내부서 확산됨에 따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임금인상이 SK이노베이션으로의 직원유출을 막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은 적었다. 과거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배터리 관련 인력들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기밀 침해 논란이 빚어지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으로 확대된 전례 때문이다. 당시 양사가 영업기밀 침해뿐 아니라, 서로를 겨냥해 특허소송을 펼침에 따라 배터리 3사 간 이직이 사실 상 중단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직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국내 배터리 인력을 향한 러브콜은 계속돼왔다. CATL·BYD 등 중국 업체들뿐 아니라 스웨덴의 노스볼트 등에도 국내 3사 출신 인력들이 근무 중이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기관인 만큼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완성차업계와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 등 소재업체들에서도 3사 인력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었다.

한 헤드헌팅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배터리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으나, 점차 배터리 관련 일반직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사 이직을 제한하는 내부규정을 신설해 이직을 막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등 고객사나 거래처인 배터리 소재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