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클 진입 맞물려 코로나19·유가폭락·공장사고 ‘겹악재’
영업익률 2.92%, 배당수익률 1.37% 등 전체지표 하락세 ‘뚜렷’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부진과 산유국 간 이해충돌에 따른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등의 여파를 맞은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폭발사고 등으로 주요 생산 공장의 가동에도 타격을 입으며 그야말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9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게재된 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2조223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됐을 때 19.1% 줄어든 수치다. 2019년 롯데케미칼은 15조1235억원의 매출고를 올렸고, 전년도에는 16억731억원을 나타냈다.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익률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462억원, 1조1073억원, 356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순이익도 1조6419억원에서 7567억원, 1753억원으로 순차적으로 감소했다. 매출액보다 이익금의 감소폭이 확연함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사업 활동의 평가지표로 활용되는 영업이익률도 12.1%, 7.32%, 2.92%로 급속히 위축됐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지만 2018년과 2019년, 2019년과 지난해를 구분해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2019년에 비해 지난해 하락폭이 더욱 크다. 2019년에는 글로벌 석유화학업계가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는 시기였다. 글로벌 경기둔화는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으나, 상반기부터 이미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같은 상황이 당해 실적을 끌어 내렸다.

지난해는 상황이 달랐다. 전년도부터 이어진 시장불황이 이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났다. 전방산업이 타격을 입으며 석유화학업계도 순차적인 수요악화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유가마저 폭락했다. 코로나19 발발 후 산유국들이 감산 여부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신경전이 발생했고, 증산경쟁으로 치닫게 되면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품판매가 급감과 유가급락에 따른 원재료 및 제품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동시에 입으면서 롯데케미칼의 실익규모도 대폭 후퇴했다. 팔수록 손해인 상황에서 파라자일렌(PX) 등 국내외 일부 사업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1분기 롯데케미칼은 31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3월에는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연말까지 공장가동이 중단됐다.

대산공장에서는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이 생산된다. 롯데케미칼의 주력제품이다. 매년 3조원 안팎의 매출이 이를 통해 발생한다. 대산공장은 연 11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며, 롯데케미칼 전체 생산의 20%를 차지한다. 5월 반등에 성공한 유가가 예상보다 회복속도가 완만한 가운데, 연말까지 이어진 대산공장 가동 중단으로 실적이 급락할 수밖에 없었다.

대내외적 여파에 따른 사업부진은 주주배당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2018년 주당 1만500원, 총 3599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던 롯데케미칼은 2019년 전년대비 60% 수준인 주당 6700원, 2018년 대비 1/4 수준인 작년에는 주당 3600원의 배당만을 실시했다. 전체 배당규모도 2296억원, 1234억원 등 차례로 감소했으며 배당수익률도 3.66%에서 지난해 1.37%로 위축됐다.

올해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대산공장 가동이 정상화되고,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수요가 반등하면서 올 1분기 롯데케미칼은 기저효과 이상의 향상된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이 1분기 4000억원대, 2분기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등에 나설 것이라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쟁사들과 달리 중·장기적 미래먹거리 확보에는 다소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석유화학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및 관련 소재사업을 선제적으로 실시하며 또 다른 수익원으로 키운데 반해 롯데케미칼은 본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롯데그룹 차원의 배터리소재사업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이 아닌 롯데지주·롯데알미늄 등이 주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신규투자는 정유사들과의 석유화학 합작사에 치중돼 있다. 40% 지분을 확보한 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에 내년까지 투자가 계획돼 있으며, 지난해 2월 출범한 롯데GS화학에 대한 투자도 지속될 계획이다. 롯데GS화학은 롯데케미칼이 51%, GS에너지가 49%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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