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대로 금감원장 교체 가능성↑···금융사·금융위와 관계 개선 시급
김종호·정은보 등 거론···기재부장관·금융위원장 교체 여부 ‘변수’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 왼쪽)과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사진=연합뉴스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 왼쪽)과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임기 만료일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차기 금감원장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때 일각에서 제기됐던 윤 원장의 연임설은 금감원 내부의 반대 여론 등에 부딪혀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상황이며 관료와 정치권, 민간 출신의 다양한 이름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최근 금감원 안팎에서는 민간 출신 금감원장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관료 출신 인사의 복귀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윤 원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렸던 차기 금감원장 인사가 최근 변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현 정권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새로운 금감원장을 선임하기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부 제기됐으나 내부의 극심한 반발 등을 계기로 교체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 지부(이하 금감원 노조)는 올해 초 정기 인사의 부당함을 이유로 윤 원장의 연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으며 더 나아가 퇴진 임기 만료 전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원장의 임기는 내달 7일까지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와는 별개로 3년의 임기는 무난히 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장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은 관료 출신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 차관 등이다.

현재 금감원 내부에서는 민간 출신보다는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3명의 금감원장들이 모두 민간 출신이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민간 출신 원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쌓여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금감원장이자 역대 최초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지냈던 인물이며 김기식 전 원장은 참여연대 출신의 정치인이다.

현재 금감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타 기관과의 관계 악화다. 거듭된 CEO중징계 남발로 피감기관인 금융사와는 잇따라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는 예산 독립 문제로 큰 충돌을 벌였다.

한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관료 출신 원장의 경우 임기를 마치고 금감원을 나가더라도 후배들이 금감원에 남아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번 원장만 버티자’라는 식의 대응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사와의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차이”라며 “지금과 같이 (차기 원장의) 임기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 역시 아무래도 같은 관료 출신이 유리할 것”이라며 “금융위를 상대로 금감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갈등 국면은 내부 구성원들의 피로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 측면에서는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감사원에서 오랜 기간 몸담으며 비서실장, 공공기관감사국장,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감사원 고위급 인사 출신 금감원장은 금융위나 기재부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은보 대표는 제28회 행시 출신으로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요직 후보에 매번 이름을 올릴만큼 금융권에서 큰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김용범 전 차관은 제30회 행시에 합격한 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재부 제 1차관을 지냈다.

가장 큰 변수로는 선거 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이다. 개각 대상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포함될 경우 관료 출신 인사들이 연쇄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위원장이 교체된다면 신임 금융위원장의 행시 기수에 따라 금감원장의 후보군도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할 경우 민간 출신 인사가 새롭게 선임되거나 윤 원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외부 출신 인사로는 정재욱 전 KDB생명 대표이사와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 위원장은 “출신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라며 “급격한 민원 증가, 금융위와의 관계 악화 등으로 근무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직원들을 신경쓸 수 있는 분이 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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