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원안 고수···100% 배상하는 조정안 권고 예정
NH투자증권, 이사회 반대 근거로 "다자배상 아니면 조정안 수용 어렵다" 강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5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옵티머스펀드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승용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5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옵티머스펀드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승용 기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옵티머스펀드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NH투자증권의 다자배상안 제안을 거부하고 원안대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NH투자증권 이사회의 조정안 수용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그동안 배임소송 가능성을 근거로 다자배상안이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무기로 분조위 조정안 수용을 압박하고 있지만 NH투자증권 이사회 멤버들이 이를 순순히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옵티머스사태 피해자 배상을 놓고 양측이 서로 돌진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면서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져 피해자 보상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NH투자증권 이사회, 조정안 수용할까

5일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시작했다. 분조위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항을 근거로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최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 등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다자배상안을 제시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날 원안대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그동안 판매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실제로 현재 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업무 일부정지 처분이 의결됐고 한국예탁결제원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정영채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 중징계 의결을 근거로 NH투자증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 대표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는데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징계경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금융감독원이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정 대표가 아닌 이사회가 조정안 수용을 결정할 주체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상장사로서 법적 효력이 없는 분조위 조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어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해왔다.

정영채 대표는 이날 열린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에서도 기자들에게 “감독당국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이사회”라며 “자체 법리검토를 거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이 무리하다는 의견이 나온 상태이기에 이사진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에게 70%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할 당시에도 진통을 겪었다. 당시 이사회가 6번이나 개최됐으며 유동성 지원에 반대하는 이사 3명이 물러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이 큰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배임죄로 소송당해 평생 낙인찍히느니 주주가치를 내세워 조정안 수용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이 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승용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이 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승용 기자

◇ ‘출구전략’ 없는 조정안···충돌의 끝은?

금융감독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분조위 조정안을 제시한 것은 지난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에서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에 대해 100% 손실보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이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2018년 11월 말 이후에도 기준가를 매월 0.45%씩 상승하도록 임의로 조작하면서 라임자산운용과 상호 공모관계였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다.

당시 판매사들은 이 조정안을 수용했다.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판매사들은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출구전략’이 가능하기에 비교적 쉽게 수용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옵티머스 사태에서는 NH투자증권에 이러한 출구전략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러한 점을 하소연했다. 그는 “다자간배상이란 우리가 배상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 문제가 있으니 주체간 법리적 다툼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우리의 고객인 만큼 당연히 우선 배상을 하더라도 논리적인 근거를 갖고 배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이 내부 반발에도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조정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라임사태 당시에도 신한금융투자는 금융감독원의 분조위 조정안에 대해 반발하면서도 끝내 수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신한금융투자는 "분조위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고객과의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회복과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분쟁조정결정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NH투자증권 이사회가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향후 피해자 보상을 놓고 지루한 소송전이 펼쳐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라임자산운용과 공모 혐의를 받는 신한금융투자와 옵티머스의 부실을 직접 고발한 NH투자증권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사태가 소송전으로 치닫게 되면 피해자들의 투자금 반환은 최소 수년간의 법정 싸움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에 대한 검찰수사와 한국예탹결제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고 옵티머스펀드의 최종 손실금액이 확정된 이후에야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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