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선택한 한방ICT스타트업···한의원·탕전실·환자 이어주는 ‘허브링커’ 개발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김헌성 메디케이시스템 대표는 한의학이라는 어려운 산업에 뛰어든 창업가다. ICT기술을 통해 한방산업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업계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김 대표는 “표준화 시스템을 만들어 한의학의 과학성과 미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한방 업계를 설득한다.

메디케이시스템은 한의원, 한약을 짓는 탕전실, 환자의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한방 통합솔루션 ‘허브링커’를 개발했다. 한의사나 한의학도가 많이 쓰는 한의정보앱 ‘한방에’도 만들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말하는 김 대표를 서울 서초구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서초센터에서 만나봤다.

◇ 제기동 한의원 돌아다니며 떠올린 IT솔루션···“신뢰관계 쌓는 것이 중요”

김 대표는 대학교 연구실에서 창업에 뛰어들었다. 메디케이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재능기부 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됐다. 소상공인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동아리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일석이조 프로젝트였다.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찾다가 한의학에 눈을 돌렸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병원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어릴 때 한약을 먹은 경험을 빼고는 한의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프트웨어 아이템을 찾던 중에 한 교수님께서 ‘한방산업이 아직 IT기술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제기동 한의원과 원외탕전실을 둘러봤는데 실제로 한약 처방이 전산화되지 않아 관계자들이 힘들어하더라.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허브링커는 한의원과 탕전실, 환자의 의료 과정을 전산화한 ICT 솔루션이다. 환자가 앱을 통해서 한의원을 예약하고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무인 접수 기능’,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 정보나 보험 청구를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차트 시스템’, 한의원의 약국인 탕전실로 처방전을 보내는 ‘처방전 전송 기능’ 등이 있다. 조제(약을 넣는 과정)‧탕전(약을 달이는 과정)‧포장(한약을 담는 과정)‧한약 배송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한약 조제 관리 기능’도 있다.

“창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시스템은 한의학 업계의 신뢰를 얻고자하는 소프트웨어다. 지금은 우리가 먹는 한약이 어떻게 제조됐는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알 수 없다. 아직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방산업의 체계화에 대한 니즈(Needs)는 있지만,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탕전실에 가서 설명을 해도 ‘좋은 시스템입니다, 대표님. 근데 저희가 하기엔 좀 두렵습니다’라고 말하더라.”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아직 메디케이시스템 외에는 한방 ICT솔루션에 도전한 기업은 없다. 도전했던 기업들은 종종 있었지만 한의원, 탕전실, 환자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맞추지 못해 오래 가지 못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환자, 한의원, 탕전실의 신뢰관계를 잇는 시스템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창업은 대학교 연구실 2명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팀원 5명이 함께 이끌어나간다. 메디케이시스템은 잘 버티는 스타트업이다. 한의업계 특성에 맞게 변화는 더뎌도, 묵묵하고 꾸준한 것이 강점이다. 우리는 팀원들을 믿어주고, 일을 하며 배려를 해주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작은 회사지만 열정적으로 산업계를 바꿀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

김헌성 메디케이시스템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서초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PD
김헌성 메디케이시스템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서초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 PD

◇ “한방의 과학화 통해 한방산업과 메디케이시스템 모두 부흥시키고파”

현재 허브링커는 탕전실 2곳에서 시범가동 중이다. 한의원과 원외탕전실이 모두 허브링커의 잠재적 고객사다. 탕전실은 평균적으로 500개 정도의 한의원과 연계돼있다. 김 대표는 탕전실 5곳에 우선 허브링커를 도입해 연계된 한의원 2000곳까지 솔루션을 접목시키는 것이 목표다.

“허브링커를 사용해본 분들은 취지가 좋다고 해주신다. 탕전실 내 한약 조제파트에서는 약재 성분정보나 약재 바코드, 사진을 보고 조제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탕전 파트에서는 일이 많아졌다는 후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허브링커는) 약화사고가 났을 때 어떤 약이 잘못 들어갔는지 확인가능하고, 한약 택배 배송도 쉽게 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디케이시스템은 창업경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선도대학 최우수기업에도 선정됐다.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오렌지플래닛’ 지원 기업에 뽑하기도 했다.

“창업대회 심사위원이나 투자자분들에게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한방산업의 과학화는 누군가가 이뤄야 한다고. 보통 열심히 해서 시장을 선점하라고 많이 말해주신다. 특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의장님께서 저희를 심사할 때 ‘열심히 하면 먹고 살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 굉장히 기뻤다.”

메디케이시스템은 앞으로 대체의학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 중국이 한의학에 관심이 많은데 제도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선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해외 시장을 노려볼 계획이다. 올해는 신뢰 기반 허브링커의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간편하다’, ‘정말 좋다’, ‘허브링커 사용해 환자가 늘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단다.

김 대표의 비전은 세 가지다. 김 대표는 “첫 번째 비전은 한방의 과학화를 통해서 한방산업이 살아나는 것, 두 번째 비전은 메디케이시스템이 살아나는 것, 세 번째 비전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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