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회사 충실의무 위반” 박 상무 해임조치···경영권 분쟁은 이어질 듯
우호지분 확보 내년주총 노릴 가능성 커···“경영능력 보여줄 ‘기회상실’ 한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이른바 ‘조카의 난’을 일으킨 박철완 상무를 해임 조치했다. 지난달 주총에서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완패한 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언급했던 박 전 상무가 추후 어떤 카드를 내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해임사유는 ‘회사 충실의무 위반’이다. 회사의 재가없이 외부 사외이사직을 겸하고, 사내 논의창구가 아닌 외부 여론전을 통해 회사 및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개진했다는 이유다. 양측이 해임사실의 사전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지만, 기업 임원직이 계약직임을 감안하면 법적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해임과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박 전 상무가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금호석유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상무의 지분율은10.0%다. 박 회장이 6.69% 보유했으며, 박 회장 자녀인 박준경 전무와 박주형 상무가 각각 7.17%, 0.98% 보유했다. 이를 제외한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2대주주 국민연금(8.25%)뿐이다.

박 회장 일가 지분이 14.84%다. 박 전 상무 지분과 4.84%p 차이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지지를 얻게 될 경우 박 전 상무가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수치다. 이번 정기주총을 앞두고 박 전 상무가 반기를 든 배경에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란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업계는 박 전 상무 스스로가 앞선 주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봤다. 오히려 내년 주총을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9년 3월 주총에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2018년 12월 박 회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반대의사를 냈다”면서 “내년 주총에서 박 회장의 연임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때도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 전 상무 측도 오히려 이번 주총에서는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내년 주총을 통해 박 회장을 밀어내고 본인의 이사회 진입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박 전 상무는 내년 주총까지 우호지분 확보에 매진할 전망이다. 업계는 IS동서와 코스모그룹에 주목한다. IS동서는 권민석 대표와 사모펀드 등을 통해 금호석유화학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상무의 장인인 허경수 회장이 이끄는 코스모그룹은 화학업을 영위하는 만큼 박 전 상무의 경영권 확보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대두된다. 또한 박 전 상무의 모친이 주식매집에 나선만큼 가족 지원이 기대된다.

이 같은 우호지분이 박 전 상무를 지지할 경우 박 회장 측 우호지분을 넘게 된다. 그럼에도 박 전 상무가 넘어서야 할 산은 또 있다. 전체 주주의 99.96%를 차지하며 50.76%의 지분을 보유한 5% 미만 소액주주들의 표심이다. 비록 국민연금이 반대했다고는 하나 박 회장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지지는 계속됐다. 박 전 상무가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제안에도 소액주주들은 박 회장을 지지했다.

작년 초 전대미문의 마이너스 유가가 기록됐을 정도로 유가가 폭락해 LG화학·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 등 대형 화학사들도 주춤할 당시 금호석유와학은 안정적인 실정을 일궈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라텍스 제품 판매호조 등 수혜를 거두기도 했다. 박 회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단행해야 했던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대비되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배당에 다소 인색하다는 지적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반란을 계기로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할 경우 박 전 상무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 “박 회장에 비해 이렇다 할 경영성과가 없는 점도 박 전 상무의 단점으로 꼽히는데, 보직에서 해임되면서 더 이상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없게 됐다는 점 또한 상당한 한계로 꼽힐 전망이다”고 시사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해임 직후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개인 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 진정성을 갖고 제안한 내용을 사측이 ‘부적절한 방식’이라 단정 짓고 퇴임처리 했다”면서 “금호석유화학에 개혁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으며, 향후 모든 주주들과 소통해 회사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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