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후보 모두 소상공인 무이자 대출 등 지원 정책에 초점
부실 대출 발생 가능성도 제기···은행권 “금융이 도구? 최소한의 이자는 설정해야”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새로운 서울시장을 뽑는 ‘4.7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후보들의 금융 관련 공약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1 금융중심지인 서울을 이끌어갈 시장 후보들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들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융을 소상공인·저소득층 지원 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정책들이 공약에 다수 포함돼 있어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서울시장 주요 후보 중 하나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금융 관련 공약들로 ▲청년 출발자산 5000만원 무이자대출 ▲소상공인 무이자대출 1인당 5000만원 ▲대전환펀드 1조원 조성 ▲블록체인 기반 KS코인 운영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육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중 금융산업 발전과 직접 연관된 정책으로 분류되는 공약은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육성’이다. 육성을 위한 세부 방안으로는 여의도 핀테크 클러스터 조성 등을 간략히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공약들은 다른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부수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환펀드 1조원은 혁신기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사용될 방침이며 KS코인은 시민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 지급에 활용된다.

소상공인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5000만원 무이자 대출은 과도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서울시가 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시중에 있는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고 이를 소상공인들의 자금 애로 해소에 활용할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자부담이 없는 지원은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져 향후 부실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소한의 부담도 없는 무이자대출을 시행할 경우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의 대출이 다수 발생하게 된다”며 “낮은 금리라도 설정을 해 부실의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이 돌아가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 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오 후보는 자영업자에게 최대 1억원의 4無 대출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4無 대출은 보증과 이자, 담보, 서류 등이 모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오 후보는 사회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기존 희망플러스 통장을 두 배 확대할 예정이다. 희망플러스 통장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가 3년간 매월 2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을 하면 서울시가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오 후보 역시 금융산업 발전 방안과 관련해서는 여의도를 용산 실리콘밸리와 연계하는 금융허브로 지속 육성하겠다는 간단한 청사진만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매 선거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이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고 그 과정에서 금융이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익숙한 일”이라며 “당선이 돼도 임기가 약 1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약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LH사태 등으로 부동산 정책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다음부터는 금융산업 발전과 관련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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