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재편한 미래산업

사진 = 서울문화사
사진 = 서울문화사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손정의 투자 대전략’은 ‘100조 원 펀드’, ‘야후-라인 경영 통합’ 등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대승부를 이어간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그룹의 전략을 상세히 분석한 책이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의 지휘 아래 정보혁명의 트렌드를 읽어왔다. 이 책은 소프트뱅크가 소프트웨어 유통 혁명, 인터넷 혁명, 브로드밴드, 통신사업 등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중심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무슨 근거로 어떤 회사에 투자를 결정하는지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상세히 소개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그린 300년 성장하는 기업의 청사진을 면밀히 보여준다.

손정의는 1981년 일본으로 귀국해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다. 단시간에 소프트뱅크를 일본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회사로 키웠다.

이어 통신시장에 뛰어들어 1996년 야후재팬 설립과 더불어 2001년 야후-소프트뱅크의 ADSL모뎀 무상 대여 전략을 펼쳤다. 이 전략으로 당시 일본 통신시장을 제패하던 대기업 NTT를 제치고 일본의 인터넷 혁명과 브로드밴드 시장을 선도했다.

지난 2006년 ‘세기의 딜’이라고 불리는 영국 보더폰 일본법인을 1조7500억엔(약 18조원)에 매수하며 고정통신과 모바일 통신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일으켰다.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다음 패러다임 시프트는 산업 전체의 재편성으로, ‘교통×통신×에너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산업 플랫폼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ARM, 차량공유업체인 우버, 디디추싱, 그랩, 에너지 기업인 블룸에너지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와 같이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금융투자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어 질적 도약이 생기는 기술적 특이점을 가리키는 ‘싱귤래리티’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100조 원짜리 펀드’를 조성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핵심 무기인 금융재무전략이란 비전, 미션, 기업가치 향상, 전략 등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손정의와 소프트뱅크가 이루고 싶은 비전에 큰 자금을 조달해야할 때마다 사용되어왔다.

이 책은 이렇듯 철저한 금융재무전략 분석을 통해 산업 전체를 재편하려는 손정의와 소프트뱅크의 큰 전략, 그리고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3가지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다.

금융재무전략이 소프트뱅크의 계획 실현 속도를 단축시킨다면, 손정의가 생각하는 300년 성장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는 ‘군전략’이다. 기업들을 소유하는 기존 재벌 기업 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뱅크 중심으로 각 분야의 1위 기업들에 유의미한 부분 투자를 하여 정보혁명의 플랫폼이 될 ‘군’을 형성하는 것이 군전략이다.

‘군’에 속한 기업들은 순환이 되어 계속 정보혁명을 가속시키는데, 투자했던 기업이 성숙하여 저성장에 들어서면 매각을 통한 이익으로 급성장하는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군’ 순환이다.

소프트뱅크가 바라보는 다음 패러다임 시프트인 ‘싱귤래리티’는 AI의 진화 속도가 관건인 만큼 현재 AI 기업들을 중점으로 군전략을 펼치고 있다. 100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통해 엔비디아, 암 홀딩스, 우버, 디디추싱, 올라, 그랩 등 AI 관련 기업들에 거침없는 투자를 진행해 다수의 기업들을 소프트뱅크 AI 군전략에 편입시켰다.

소프트뱅크는 AI 군전략을 단순 투자를 위한 AI 기업집단이 아닌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비전 중 하나인 ‘뉴 인더스트리=모빌리티(이동성)X통신X에너지’라는 새롭게 재편된 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차량공유·자율주행 등이 속한 모빌리티 산업, 통신·5G·비욘드 캐리어가 속한 통신 산업, 클린 에너지·생태계·아시아 그리드 구상이 속한 에너지 산업이 스마트폰으로 하나의 구독 서비스로 통합되는 새로운 산업 플랫폼 기업을 구상중인 소프트뱅크는 현재 AI 군전략에 편입된 기업들의 서비스 일부를 일본에서 시험하며 미국과 중국을 이은 제3극이자 세계 시총 1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저자 특유의 세밀한 분석력으로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그룹의 미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본다. 최근 ARM을 매각하고 회장직을 사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손정의. 한때는 그의 투자 실패나 비전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도 있었지만, 야후-라인의 경영통합, 쿠팡의 나스닥 상장 등을 통해 그가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저자가 손정의와 소프트뱅크와의 밀착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를 국내 독자들에게도 공유하고,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산업구조의 전체상과 그에 따른 손정의의 전략과 리더십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미래가치를 위한 투자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던 손정의. 그의 사업력과 소프트뱅크 그룹의 실행력을 상세히 들여다봄으로써 향후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그룹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나아가 글로벌 돈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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