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거래가 250만원 육박...신작 ‘엘리온’은 흥행 실패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 자료=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 자료=크래프톤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최근 ‘배틀그라운드(배그)’로 유명한 크래프톤 시가총액이 국내 게임주 1위인 엔씨소프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가 유력한 크래프톤은 연내 기업공개(IPO)를 할 전망이다. 다만 배그 이후로 이렇다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크래프톤이 넘어서야할 과제다.

비상장 주식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서울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 장외 주가는 30일 250만원 내외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장외가가 40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5배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거래가 기준 시총은 21조 3930억원으로 게임 대장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 시총(약 1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크래프톤은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371억원, 6813억원으로 이미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상태다.

크래프톤의 이같은 호실적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배그 덕분이다. 배그는 이용자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생존해야하는 1인칭 슈팅(FPS) 서바이벌 게임이다.

지난 2017년 3월 미국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됐던 배그는 전 세계 PC 및 엑스박스원 버전 누적 판매량 7000만장을 기록하는 등 국내 게임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대부분 부분유료화 모델을 선택하고 있는 국내 게임들과 달리 스팀 패키지 다운로드 판매 방식으로도 성공해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매출 대부분이 배그 IP 하나에서만 나오고 있다는 것은 크래프톤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는 과거 엔씨소프트의 간판 프로젝트였던 ‘리니지3’ 개발자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개발사다. 

사실상 RPG 개발에 특화돼 있는 곳이다. 당시 블루홀 간판 게임이었던 PC MMORPG ‘테라’와 관련해 블루홀과 엔씨는 장기간 소송전을 펼치기도 했다. 테라로 큰 성공을 거둔 크래프톤은 오랜기간 침체기를 겪다가 2017년 들어서야 배그로 다시한번 성공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문제는 최근 배그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매출 5081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 순이익 2939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2분기 매출 3790억원, 영업이익 1612억원, 순이익 1109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에는 매출 3498억원, 영업이익 1675억원, 순이익 109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의 경우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절반 가량 줄어든 셈이다.

현재 크래프톤의 대표 IP는 배그를 비롯해 테라, 엘리온 등이 있다. 그러나 테라의 PC 게임 수명은 사실상 끝난 상황이며, 해당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도 3종이나 출시했으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야심차게 선보인 엘리온도 기대만큼의 흥행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PC방 점유율 19위를 차지하던 엘리온은 이달 들어  20위권을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8년 출시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최근 점유율 6위를 차지하는 등 역주행한 것과 비교된 성적이다.

게임업계는 엘리온의 흥행 부진과 관련해 엘리온이 도입한 ‘이용권’ 방식이 일종의 허들이 됐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엘리온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이용권을 구매하거나, 지인에게 받은 초대권을 최초 1회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위 ‘작업장’으로 불리는 이용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나 출시 당시부터 이중과금이란 비판이 일었다.

현재 크래프톤은 배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비롯해 배그 원작자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든 그린의 신작 ‘프롤로그’ 등을 개발 중이다. 다만 배그의 경우 외부 개발자 영입을 통해 개발한 첫 FPS 게임이 대박을 낸 경우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비슷한 결과를 반드시 낼 것이란 보장은 없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배그 출시 이후 펍지를 제외한 다른 독립스튜디오들은 이렇다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했다”며 “크래프톤이 올해 성공적인 IPO를 하기 위해선 새로운 흥행작이 나와줄 필요가 있다. 다만 배그가 전 세계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둬 이를 뛰어넘는 게임을 다시 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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