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AH오토모티브, FI·SI 등 설득 과정 난항···경영상황·공익채권·경쟁력 등 부담
투자 불발 시 ‘P플랜’ 가동 불가능···부품사 납품거부 등도 이어질 전망
산은·금융위, 적극적 협상 태도 주문···임금삭감·체불임금 포기 등 필요성 강조

/사진=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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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에 대한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투자 결정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투자자에 대한 설득 과정에서 공익채권, 경쟁력 등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쌍용차의 자구안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오는 31일까지 잠재적 투자자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만약 해당 시한까지 쌍용차가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계획했던 ‘P플랜’(사전회생계획)은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P플랜 가동을 기대했던 부품사들의 납품 거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법정관리 수순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쌍용차가 제시한 ‘P플랜’에는 마한드라(74.65%)가 감자를 통해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는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사업계획 등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마련되면 HAAH오토모티브가 요구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못하고 보고 투자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 25일이 투자의향 입장 2차 시한이었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여부를 확답하지 않고 시한연장을 요청했다.

지난해 쌍용차의 매출은 2조9502억원으로 원가율이 97.3%(매출원가 2조8701억원)에 이르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460억3600만원, 5032억6500만원에 달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쌍용차는 인력 구조조정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탕감되지 않는 공익채권 3700억원(자율 구조조정지원 가동 전 3100억원, 임직원 1·2월 급여 및 세금 등 600억원)과 쌍용차의 낮은 경쟁력 평가 등으로 HAAH오토모티브는 자금줄인 중동 금융투자자(FI), 캐나다 전략적 투자자(SI) 등의 설득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삼정회계법인이 쌍용차 2020년 사업보고서에 대해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폐지 사유인 ‘감사 의견 거절’ 판단을 내린 것도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삼정회계법인은 “미래의 사건이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불확실성의 결과로 계속기업가정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될 수도 있는 자산과 부채의 금액 및 분류표시와 관련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사항은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여전히 쌍용차 인수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사(쌍용차)가 H사(HAAH오토모티브)랑 접촉을 하고, 산은도 채권단으로서 상황을 보고 있다”며 “채권단, 투자자, 회사 3자가 긴밀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관심을 갖고 (협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인건비 절감, 고비용 구조 해소 등 자구안을 제시하며 진정성 있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 제도’ 온라인 강연에 참석해 “잠재적 투자자(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투자 여부에 최종적으로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쌍용차의 존속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전례 없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고 쌍용차 노동조합과 근로자 뿐만 아니라, 대주주와 협력업체까지도 동참을 해서 쌍용차 정상화에 함께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쌍용차의 ‘안이한’ 협상 태도를 지적하면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적극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쌍용차가 인력 구조조정, 체불임금 포기 등 내용이 포함된 자구안을 통해서만 최종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선박의 선원과 선장은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포기할 것을 다 포기하고 ‘팔 건 다 팔겠다’는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을 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은) 잠재적으로 사업성이 괜찮다면 일정 부분 대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할 의사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사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므로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못 박기도 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노조를 향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유효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쟁의금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쌍용차가 정상화될 때까지 노사 간 희생·협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쌍용차 노조는 유효기간을 늘리는 것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쌍용차는 지난 2019년부터 임직원 급여 삭감(평균임금 2019년 8600만원, 2020년 6600만원), 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시행해왔던 만큼 추가적인 임금삭감, 인력 구조조정 등 희생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노조 측은 “이미 1000억원 규모의 선자구안을 실천하는 등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와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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