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일환
택배사, 물류경쟁 현금 확보

지난 1월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택배비가 줄줄이 오르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 소상공인 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택배비를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적절한 조치로 보고 있다. 다만 택배비 인상이 전 소비 영역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15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택배비를 인상한데 이어 CJ대한통운은 다음 달 1일부터 택배 단가를 소형 기준 250원 인상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다음 달부터 소형 기준(세 변의 합이 80㎝·무게 2㎏ 이하) 계약 단가를 250원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된 지침을 일선 대리점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의 소형 택배 운임이 기존 1600원에서 1850원으로 오르게 된다. 가장 먼저 택배비를 올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소형 기준 택배비를 1750원에서 19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한진택배도 조만간 택배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진택배는 초소형 택배에 한해 1800원 미만으로 계약하지 말라는 지침을 대리점에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사들은 표면적으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일환으로 마련된 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택배 분류인력을 증원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며 추가적인 비용을 더 들였다.

그렇지만 실제 속내로는 물류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고 새로운 투자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일부 관련 전문가들은 택배비를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물류는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물량도 늘어나고 업무는 고강도이지만 택배비는 수 십 년째 답보 상태를 겪으면서 이에 맞지 않는 비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택배비 인상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택배업체 빅3가 모두 단가를 올리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개인 고객이 택배 단가 인상을 절감하기는 어렵겠지만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영향도 커지게 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대비 20.9% 증가한 33억7000만개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국내 택배 총 매출 규모는 7조4900억원이었다. 그러나 택배 1개당 평균 가격은 전년대비 48원 하락한 2221 원이었다. 올해는 택배비가 오르게 되면서 택배 1개당 평균 가격과 매출 규모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났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물류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 매장 운영은 하지 않고 물류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물류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며 “석유 값이 오르는 것처럼 택배비 인상은 모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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