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매출 증가...계속되는 IP 우려먹기

라그나로크 IP기반 모바일게임들 / 자료=그라비티
라그나로크 IP기반 게임들 / 자료=그라비티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그라비티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5년 연속 매출 증가세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캐시카우들을 비롯해 향후 출시될 게임들 중 상당수가 라그나로크 IP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라비티 연간 실적은 2016년 흑자전환 이래 5년 연속 증가 추이를 보였다. 2016년 514억원, 2017년 1416억원, 2018년 2868억원, 2019년 3610억원에 이어 지난해 4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016년 38억원, 2017년 140억원, 2018년 334억원, 2019년 487억원을 넘어 지난해 880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은 사상 최대로 영업이익은 전년(487억원) 대비 거의 두배나 늘었다. 그라비티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지난해 7월 국내 출시한 ‘라그나로크 오리진’과 지난해 10월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에 론칭한 ‘라그나로크X:넥스트 제너레이션’ 등 라그나로크 IP 기반 모바일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은 출시 직후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000년 설립된 그라비티는 2002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출시했다. 라그나로크는 출시 직후 특유의 아기자기한 2D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흥행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흥행에 힘입어 지난 2005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그라비티는 오랜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라그나로크2’, ‘레퀴엠 온라인’, ‘에밀크로니클 온라인’, ‘로즈 온라인’, ‘타임앤테일즈’ 등을 신규 게임들을 선보였으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규 게임들이 전부 실패하자, 그라비티는 기존 흥행작인 라그나로크 재정비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대만 시장에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며 매출을 올렸고, 동남아시아 시장 역시 신규 퍼블리셔들과 맞춤형 협업을 이뤄내면서 동시접속자 수를 크게 늘렸다. 결국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그라비티가 5년 연속 매출 급성장에 성공한 것은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라그나로크M’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뒤이어 출시한 라그나로크 오리진마저 대박을 터트리면서 그라비티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라비티에게도 해결 과제가 존재한다. 바로 라그나로크 IP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보통 중견급 이상 게임사들은 매출 다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모바일게임의 기대 수명은 보통 5년 안팎인 탓에 모바일게임을 주로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신규 IP 찾기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그러나 그라비티는 신규 출시 예정 게임마저도 대다수가 라그나로크 IP 기반인 상황이다. 그라비티는 이날 ‘더 라비린스 오브 라그나로크’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지역에 정식 출시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라그나로크 오리진과 라그나로크X를 일본과 동남아에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라비린스는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RPG로 라그나로크 세계관에 미로 콘셉트를 더했으며 다양한 스테이지와 몬스터가 특징이다. 그라비티는 또 라그나로크 IP 기반 스토리 RPG인 ‘더 로스트메모리즈 : 발키리의 노래’를 오는 하반기 태국 지역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야구와 농구를 소재로한 게임들도 개발중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신규 게임들이 라그나로크 IP 기반이다. 

특히 일부 게임들은 게임간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IP를 억지로 확장하다 보니, 비슷비슷한 느낌의 게임들이 계속 출시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규 PC 온라인게임 실패 이후 기존 라그나로크에 집중한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출시하는 족족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라그나로크M과 오리진도 큰 차별점이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게임들을 연달아 출시할 경우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은 PC온라인게임과 달리 수명이 길지 않아서 다양한 IP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해당 IP의 인기가 식을 경우, 관련 IP 게임 전반적으로 인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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