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롱 없어서 못 팔아
유통업체 임직원 아이디 대여하는 꼼수도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제품이 품절됐다. / 사진=다이슨 공식홈페이지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제품이 품절됐다. / 사진=다이슨 공식홈페이지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다이슨 미용기기인 에어랩 스타일러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품절사태가 잦아지자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60만원에 달하는 고가 미용기기이지만 공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일부에서 높은 중고가를 겨냥한 '에테크(에어랩 프리미엄 판매 제테크)'가 관측되기도 한다.

23일 현재 다이슨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제품은 모두 품절된 상태다. 일부 툴만 구매가 가능하다. 백화점 등 판매처에 문의해도 제품이 소량이거나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다이슨 매장은 프리오픈 때부터 에어랩 제품 재고가 없어 예약 주문만 받을 정도였다.

이처럼 품귀현상을 빚자 소비자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와 중고거래 앱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약 없는 기다림보다는 확실한 구매를 원해서다.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 에어랩을 검색하면 여러 매물을 확인할 수 있다. 미개봉 제품도 눈에 띄게 많다.

수요가 많은데 미개봉 제품 판매가 많은 것은 제품에 대한 실망이나 변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에어랩 스타일러 제품을 활용해 이득을 챙기는 이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판매자에게 접근해 확인한 결과 다이슨 에어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 없지만 에어랩 제품을 사서 되파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 판매자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세금을 적게 내려면 지출한 내역, 즉 지출을 증빙할 경비가 많아야 해서 카드를 많이 사용해줘야 한다”며 “클릭을 빠르게 해서 인기 제품을 사서 팔면 카드 실적도 쌓고 경비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랩은 올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사려고 한다”며 “특히 인기가 많은 컴플리트 롱 제품은 올리자마자 판매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조건 팔릴 것을 알고 있어서 카드 이벤트 등 구입 조건이 좋을 때 구매를 하고 되파는 이들도 있었다. 때문에 겨우 얻은 제품을 개봉하지 않고 미개봉인 상태로 좀 더 값을 쳐서 되팔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신제품인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롱은 더 희소한 제품이다. 기존 인기모델인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제품보다 웨이브를 만드는 배럴의 길이가 더 긴 제품이다. 따라서 긴 머리를 가진 이들에게는 이 제품이 훨씬 더 사용하기 좋다.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다이슨 판매처에서는 한 달 안에 못 받을 수도 있다며 예약도 꺼려하는 제품군이다.

백화점 다이슨 판매처 측은 “코로나19로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컴플리트 롱은 언제 입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어서 고객들에게 잘 권하지 않고 있다”며 “긴머리 여성분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롱 제품의 경우 웃돈을 받고 판매되고 있다. / 사진=당근마켓 앱 캡처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롱 제품의 경우 웃돈을 받고 판매되고 있다. / 사진=당근마켓 앱 캡처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롱 제품의 가격은 59만9000원이지만 미개봉 제품의 경우 중고거래 앱이나 사이트에서 61~67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웃돈을 최대 7만원 정도는 더 붙여서 판매하는 셈이다.

이미 본체를 가진 이들은 롱배럴 툴만 구매를 원한다고 글을 써서 올리고 있다. 롱배럴 툴의 정가는 5만3900원이다. 하지만 품절로 구매가 어렵게 되자 이 제품 역시 중고거래 앱에서 약 8만원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렸다하면 바로 팔리기 때문에 중고거래 앱에서 때아닌 선착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이슨 공식홈페이지에서는 품절상품에 한해 재고 입고 알림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재입고 시 알림 메일을 보내준다. 그러나 재입고 알림 메일을 받아도 수 분내로 다시 물량이 품절되면서 소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는 지난 2018년 출시됐다. 출시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갈수록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되고 있다. 머리카락을 가까이 대면 자동으로 동그랗게 말리는 코안다 효과로 스타일링을 할 수 있고 다이슨 디지털 모터 V9 탑재돼 있다. 에어랩 스타일러는 구성 품목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53만9000원~59만9000원이다.

유튜브 등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다른 제품과 가격과 성능을 놓고 비교할 정도로 미용기기 중에는 전문가용 수준의 고가 제품이다. 따라서 미용기기계의 에르메스라는 별칭이 생겨날 정도다. 이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면서 정부 행사는 물론 각종 공모전, 행사 등에서도 단골 경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가인 탓에 장벽을 느낀 이들은 리퍼 제품을 선호하기도 한다. 새 제품은 아니지만 수리해서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리퍼 제품을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 제품이 역시 자정에 풀리자마자 수 분 내로 품절된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이들을 노리는 꼼수도 등장했다. 에어랩 스타일러를 판매하는 유통업계의 일부 임직원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방을 만들어 아이디 불법 대여까지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 이들은 임직원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수수료 명목으로 약간의 돈을 챙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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