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사장 “기아의 새로운 여정 시작”···“사명 변경, 곧 업의 확장 의미”
혁신·독자적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대리충전·온라인 사전예약 등 행보 시작
지속가능경영위원회 확대 개편안도 주총 통과···ESG 정책·주요 활동 등 심의·의결

22일 기아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기아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기아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기아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기아가 첫 전용전기차 EV6를 필두로 다양한 전기차 라인을 개발·생산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또 차별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서 고객 니즈(needs)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2일 기아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기아자동차주식회사’에서 ‘기아 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는 안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81.5%가 참석했고, 주총장에는 약 120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명 변경에 대해 주주 여러분의 승인을 받고, 정식으로 기아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면서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곧 업(業)의 확장을 의미하며, 기아는 이제 차량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이 언급한 것처럼 이번 사명 변경은 향후 전반적인 전략 노선 변경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기아에 있어서는 단순한 이름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자동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에 집중하는 동시에 모빌리티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관측된다. 이를 통해 그동안 현대차 등에 가려 저평가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 기아의 목표다.

이와 관련, 송 사장은 “향후 전차급에 걸쳐 전기차를 출시해 글로벌 티어1(최상위)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며 “첫 전용전기차 EV6를 7월에 성공적으로 출시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기반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기존차를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개척하고 오픈이노베이션과 독자 플랫폼 개발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1등으로 도약하겠다”면서 “모빌리티 영역에서 B2C(기업·소비자 거래)는 물론이고 B2B(기업간 거래), B2G까지 다양한 고객군의 니즈에 대응하고 전기차를 활용해 기아만의 차별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266만2000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3.7%를 달성하며 미래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만큼, 내일을 다져 시장지배력을 차근차근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모빌리트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아의 보다 적극적인 행보도 기대된다. 앞서 기아는 최근 모빌리티 솔루션업체 YW모바일과 업무협약을 맺고 대리 충전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서비스는 ‘기아VIK’ 앱을 통해 픽업 충전 서비스를 신청하면 YW모바일 소속 ‘대리 충전’ 전담 직원이 고객이 요청한 장소를 직접 찾아 차량을 인수한 후 인근 충전소로 이동해 차량을 급속 충전한 후 고객이 원하는 지점에 차량을 인계해 주는 서비스다.

또 기아는 EV6에 대한 온라인 사전예약을 올 초부터 검토해왔다. 기아는 최근 권역별 영업본부장 회의에서 EV6 온라인 예약 진행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으로 EV6에 대한 계약금 10만원을 걸고, 이름, 연락처, 희망모델 등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처럼 판매까지 진행되지는 않지만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차량 출시일까지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다만 온라인 사전예약에 대해 기아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온라인 사전예약이 진행될 경우 오프라인 판매망이 붕괴되고, 전차종으로 온라인 사전예약이 확대될 시 고용불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온라인 사전예약은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 전략이고, 온라인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을 경우 고용불안 등으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기아의 온라인 사전판매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최준영 대표이사(부사장)은 사내이사, 한철수 법무법인 화우 고문·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조 교수의 경우 감사위원직도 맡게 됐다.

기아의 첫 여성 사외이사가 된 조 교수는 “정치학자 최초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는 등 다년간 기술정책과 미래 거버넌스 연구를 해왔다”며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에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해 기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안도 이날 주총에서 통과됐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로 안건 논의 범위를 넓혀 회사의 ESG 정책과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추가로 갖는다.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같은 80억원으로 책정됐고, 지난해 기말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으로 주당 1000원으로 결정됐다.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기아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 양재동 기아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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