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ICC 2차 변론···9월 쯤 결론 날 듯
신창재 회장 vs FI 간 소송·가압류 등 장외 다툼 격화
양 측 분쟁으로 실익 없는 싸움 커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 간의 분쟁 일지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 투자자(이하 FI) 간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분위기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청문회가 다음주 시작될 예정인데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한 신경전이 장외서부터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양측의 신경전이 거칠어지면서 풋옵션 분쟁이 서로에게 피해만 남기는 ‘치킨게임’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생명 당국 진정서 제출하자 FI 측 가압류 행사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 회장과 FI 간의 풋옵션 분쟁이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ICC 청문회로 마무리될 지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작년 10월 이후 두 번째다. 결론은 6개월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CC 청문회 결론은 단심제로 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불리한 결론이 나더라도 이를 따라야 한다. 그만큼 중재 결과에 따라 신 회장과 FI 간에 최대 2조원이 오가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어피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FI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신 회장과 FI는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FI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맺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약속 시일까지 IPO를 하지 못했고 FI는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때 FI가 1주당 40만9000원을 제시하면서 풋옵션 가격이 2조원 이상으로 뛰자 신 회장 측에선 회사 가치가 부풀려졌고 특히 가격 산정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FI 간의 불법이 있었다며 검찰에 이들을 고소했다. 결국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재무적 투자자들의 임원들을 지난 1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로도 양측은 양보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FI는 적극적으로 검찰 기소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에 교보생명은 지난 2월 금융위에 안진회계법인을 철저히 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같은 달에 한국공인회계사회에도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FI 측도 법원의 허가를 받고 신 회장의 주식에 대해 가압류를 하겠다며 신 회장의 자택과 교보생명 본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 방문 중에 물리적 충돌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분쟁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타협 없는 분쟁, 신 회장-FI 모두 손해 양상

업계는 신 회장과 FI 간의 분쟁 격화가 서로 실익 없는 ‘치킨게임’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FI 측에 대한 검찰 기소가 청문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FI 측 주장에 따르면 검찰의 공소장에는 평가가격 적정성, 평가 기준일, 주가산정기간 선택 등 교보생명이나 신 회장이 주장하는 사항이 들어가 있지 않아 청문회에서 회사 가치 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업계는 계속되는 양측의 공방으로 인해 교보생명의 가치 산정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봤다. 교보생명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주주 간 갈등을 빚고 있어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설계사들과 고객의 불안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분쟁에 의해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경우 FI는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고 결국 신 회장이 ICC에서 유리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런 결과도 교보생명에 결국 좋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청문회 결론이 나오는 올 하반기까지 FI와 갈등이 이어질 경우 회사의 순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작년 순이익 감소를 주주 간 분쟁과 연관 짓고 있다. 교보생명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9.9% 감소한 382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중 유일하게 순익이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은 “주주 간 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설계사 이탈 방지를 위한 특별지원 등 일시적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쟁은 신 회장과 주주 당사자들 간의 분쟁이지만 회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설계사들도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회사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양측 모두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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