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 모든 미공개 정보 받은 제3자’ 확대 필요성 제기
"이해충돌방지법, ‘직무상 비밀’ 이용금지 → ‘미공개 정보’ 이용금지로 확대해야 실효성"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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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금지 대상이 전면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이를 반영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금지 대상이 제한적이다. 현행법은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사업자,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관할 지자체 및 지방공사 등 관계기관, 용역 업체 등에 종사했거나 종사하는 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을 금지한다.

그러나 이 외에도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의회 소속 공직자,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및 소속 공직자 등도 직무수행 중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알 수 있다. 9일 박효주 참여연대 간사는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외에 지방의회 소속 공직자 등도 그들의 공적인 업무와 관련해 부동산 개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발의되거나 발의 예정인 일부 법안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정보 유출 책임을 관련기관과 업체에 종사하는 자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은 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문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의 ‘미공개 정보를 받은 자’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다”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국토위 소위 논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투기 금지 대상을 관련 정보를 1차로 제공받은 시의원, 국회의원, 가족, 친구 등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 소개로 입법청원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금지 대상 확대가 담겼다. 여기에는 ▲미공개 중요 정보의 제3자 제공 및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알게 된 자의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위반시 처벌 규정 강화 ▲상시적 부동산 거래 신고 및 검증시스템 구축이 포함됐다.

미공개 정보 사적 이용 금지 대상 확대를 위해 9년째 계류 중인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는 공무원, 공공기관(한국은행, 공기업, 정부 보조 받는 단체) 장과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국회의원 등 범위가 넓다. 또한 부동산 투기를 포함해 직무와 관련된 포괄적 사적 이익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이해충돌방지법안도 따로 발의돼 있다.

다만 정부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의 경우 ‘직무상 비밀’이란 개념이 협소해 이해충돌의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에는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조항이 담겼다. 공직자는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공직자는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에 박 간사는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이 아닌 ‘직무과정에서 알게된 미공개 정보’의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직무상 비밀이 아니더라도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공직자 본인과 제3자의 사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LH의 직원이 벌인 부동산투기가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한 이행충돌방지법에 고위공직자의 경우 사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개 의무가 포함돼야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다. 현재 정부안에는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그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 회피하도록 했으나 공개하는 내용은 없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에서 “투기와 부패를 차단하는 제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민주당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처리 발언이 진심이라면 공청회 일정을 잡고 정무위 법안 심사 일정을 잡는 등 실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며 “그동안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모두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이 빚어질 때마다 이해충돌방지법 처리를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월 24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는 4개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당일 심사가 종료됐다.

한편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이 빚어질 때마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처리 필요성을 밝혀왔으나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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