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투기 조사에 토지보상 ‘올스톱···2028년 입주 차질 불가피
보금자리주택 ‘공급지연’ 재연되나···입주까지 10년 걸린 사례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3기 신도시에선 토지주들의 반발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로 토지보상 절차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사전청약을 하더라도 토지보상이 지연되면 본계약과 입주 일정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예정대로 7월 진행”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올해 7월 예정된 사전청약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논란 여파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주택공급계획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 1∼2년 전 아파트를 조기 공급하는 제도로,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까지 자격을 유지하면 100% 당첨된다.

사전청약 주요입지·분양물량 / 자료=국토교통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오는 7월부터 예정돼 있다. 올해는 7월 인천계양(1100가구)를 시작으로 ▲9~1월 남양주왕숙2(2400가구) ▲11~12월 남양주왕숙(2400가구), 부천 대장(2000가구) 고양창릉(1600가구), 하남교산(100가구) 순으로 이뤄진다. 내년에도 ▲남양주왕숙(4000가구) ▲인천계양(1500가구) ▲고양창릉(2500가구) ▲부천대장(1000가구) ▲남양주왕숙2(1000가구) ▲하남교산(2500가구) 등이 사전청약 접수를 받는다. 정부는 2023년까지 사전청약을 마치고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LH 땅투기 조사 여파로 토지보상 지연 불가피···2028년 입주 계획도 ‘안갯속’

문제는 토지보상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실제 입주시점이 불명확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계획대로라면 3기 신도시의 입주 시점은 2028년이다. 다만 각종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서다. 현재 3기 신도시 곳곳에선 토지보상이 지연되고 있다.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 진행률은 이달 초 기준 하남교산이 43%, 인천계양이 35%에 그친다. 남양주왕숙과 고양창릉, 부천대장 등 세 지역은 아직 협의 보상에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토지보상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산정된 보상금이 토지 가치에 비해 적다며 반발하는 토지주들이 적지 않아서다. 하남교산과 인천계양에선 정부가 제시한 액수에 만족하지 못한 토지주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남양주왕숙은 토지주 반발과 감정평가 지연 등의 문제로 토지 보상 착수가 당초 지난해에서 올해 상반기로 미뤄졌다. 인천계양에선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문화재 발굴조사가 다음 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조사 기간은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일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일대 모습 / 사진=연합뉴스

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 토지보상은 더욱 난항에 빠졌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모든 사업지구에 대한 직원 및 가족(직계존비속)에 대해 불법 투기 가능성을 전수조사한다고 나서면서, 사실상 보상협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의 토지 거래 전수조사와 예방책 마련, 수사 진행 등을 모두 감안하면 토지보상 협의가 원래 계획보다 지연될 수 있고 본계약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실제 입주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MB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공급지연’ 사례 재연될 수도 

시장에선 이대로라면 과거 ‘보금자리주택’처럼 사전청약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전청약 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토지보상 문제로 사전청약 이후 본계약까지 3년 이상 지연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LH에 따르면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청약 당첨자는 1만3398명 중 본청약에서 실제 계약한 비율은 41%(5512명)에 불과했다. 사전청약 당시 안내한 일정보다 본청약이 늘어지면서 상당수 대기자들이 청약을 포기한 것이다. 2012년 사전청약을 한 경기 하남 감일지구 B1블록은 8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야 본청약이 이뤄졌다.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입주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토지보상 문제뿐만 아니라 착공 후 문화재가 발견되거나 지역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돌발 변수는 여전한 상황이다”며 “특히 LH 땅투기 의혹에 의한 전수조사로 토지보상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목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첨자는 사전청약 당시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지만 수년 동안 무주택이나 자동차 가액 등 입주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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