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커머스 대적하기 위한 전통 유통기업의 전략”
외신에서도 유통기업의 야구단 인수에 관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 로고, SK와이번스 엠블럼. / 사진=연합뉴스, 각 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 로고, SK와이번스 엠블럼. / 사진=연합뉴스, 각 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사업에 뛰어들면서 야구와 만난 '유통'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커머스로 흘러가는 세태 속에서 전통적인 유통기업이 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 신세계그룹은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 인수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SK와이번스의 옷을 벗고 본격적으로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의 색깔을 입힌다. 앞서 정 부회장은 문학구장에 노브랜드 버거와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고 청라에 돔구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야구단 인수는 신세계그룹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단순한 스포츠팬의 영입정도를 넘어섰다. 오프라인 위주의 전통 유통기업이 향후 미래 사업 방향과 먹거리를 모색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의 이번 결정에 대해 현명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야구장을 다니는 이들이 곧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시간을 점유하면서 이들이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진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고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야구도 보고, 굿즈도 사고, 쇼핑도 하고, 쓱닷컴 구매까지 일련의 모든 것을 신세계로 디자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이라는 전략적 거점을 롯데로부터 뺏는 수준에서 나아가 신세계 전방위 라이프스타일을 점유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만들 수 있다”며 “야구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강한 스포츠이고 향후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야구 인구도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교차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들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통 유통기업이 기술기업에게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 살아남는 법은 체험, 경험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차별화된 경험,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이커머스에 대적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정 부회장의 야구단 인수가 이커머스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 교수 역시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야구장을 섭렵한 것은 상당히 잘한 결정”이라며 “OTT 등에 여가시간이 묶인 고객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평범한 판매매장만으로는 힘들다. 체험할 거리가 있어야 비싼 고객의 시간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기업의 야구단 인구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유심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외신도 정 부회장의 결정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의 이커머스 1위 업체인 라쿠텐도 프로야구단을 인수해 라쿠텐 골든 이글스를 운영하고 있다. 라쿠텐은 홈구장 옆에 테마파크와 숙박 시설을 지어 즐길거리를 늘렸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언택트가 더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통 유통기업은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기업의 야구단 인수를 통한  미치는 영향은 향후 다른 유통기업의 행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오디오SNS 클럽하우스에 직접 나와 참여자들의 질문을 받아가며 야구단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야구단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는 “카카오나 소비재 기업들도 야구단에 관심이 많다”며 “유통기업이 야구판에서 어떻게 하는지 기대해 달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