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비핵화 정체···전문가들 상황 돌파 방안 제기
미 전문가 “3월 한미훈련 연기로 신뢰 구축해야···北 미사일시험 유예 조건”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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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유효 방안으로 상가포르 선언 재천명과 조건부 대북 제재해제를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은 1년 3개월 임기 동안 그동안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신정부도 지난 4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이러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며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한미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정체돼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 모두 얼어붙어있다. 이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도 함께 멈췄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이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수잔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24일 세종연구소와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주최로 열린 ‘한국과 미국의 대북접근’ 화상 회의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교정책 시작 전 할 수 있는 준비 조치가 2개 있다”며 “우선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선언문에 나온 원칙을 재천명해야 한다. 이 선언문의 원칙을 시작으로 해서 안건을 만들고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선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칙적으로 자신이 직접 서명한 선언문이다. 이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똑같이 방점을 두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도 김정은의 목적이다”며 “싱가포르 선언은 이 두 가지에 같이 방점을 두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면 이 선언문을 활용하는 게 좋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것을 모두 버리고 시작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6월 12일 북한과 미국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등을 담고 있다.

문 정부도 싱가포르 선언의 계승 및 발전이 북미와 남북 대화 진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신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 대화,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 그 이후에 보다 구체적 합의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지만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 방안을 이루는 대화와 협상을 해나간다면 속도 있게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잔 연구원은 북미 대화에 긍정적 환경을 만들 또 다른 조치는 한미연합훈련의 조건부 연기라고 했다. 한미 양국은 3월 둘째 주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해결해야할 근본 문제로 요구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시민단체 등 한국 내 일부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이 남북 및 북미 갈등을 악화시킬수 있다며 이를 연기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국방부는 한미연합훈련이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다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방부는 실제 병력이 동원되지 않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훈련 진행은 코로나19 상황도 변수다.

수잔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잠깐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조건으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라고 할 수 있다”며 “초기에 그렇게 한다면 외교를 시작할 운영의 묘를 가질 수 있고 신뢰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 조건부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 한국 측 패널로 참여한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압박만으로는 무릎을 꿇게 할 수 없다”며 “제재로 북한 체제는 고통 받았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지난 20년간 북한과의 협상이 보여주는 교훈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비핵화이고 제재는 하나의 수단이다. 제재는 탄력적으로 활용해야한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인센티브 제공을 주저하고 있는데 시도할 여지가 있다. 조건적 인센티브다. 북한이 합의사항을 위반하면 다시 제재로 돌아갈 수 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는 협상으로 알아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또 “문 정부는 남북 경협을 통해 북미관계에 선순환 영향을 주는 것을 원하고 있다. 대북제재나 규제가 완화돼야 개성공단 협력이나 관광 재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남북경협을 재개하려면 한미가 이 사안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한다. 여러 제재 내용을 수정한다면 남북관계에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해제와 관련해 수잔 연구원은 “영변 딜을 제재해제와 맞교환 하는 게 좋은 시작점 이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그 가능성을 옵션으로써 열어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북한 미사일과 핵무기 위협을 줄일 수 있는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한다”며 “의미 있는 제재완화 조치를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38노스 공동대표)은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나간다면 중국이 (대북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을 계속 제재하고 벌을 주는 것을 중국은 원하지 않는다. 중국이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해본다면,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거기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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