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각심 높이기 주효했으나···처벌중심 법안 놓고 시행 전부터 시끌
산재 청문회 계기로 法관심도 높아져···재계는 재개정 필요성 강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업무보고하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 장관 뒤로는 증인으로 출석한 조선·철강·건설 등 업체 대표들. /사진=연합뉴스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업무보고하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 장관 뒤로는 증인으로 출석한 조선·철강·건설 등 업체 대표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지 못할 것 같다”

최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에게 이 같이 지적했다. 앞서 한 대표가 산업재해의 원인 중 하나가 작업자들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이란 취지의 한 대표의 발언과 관련된 일갈이었다.

청문회를 계기로 중대재해법에 대한 기업가의 근심도 배가되는 모습이다. 중대재해법은 대형 산재사건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의 과실보다 기업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책임을 묻는 법이다. 법에 저촉되는 산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이와 별개로 법인·기관 등에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내년부터 적용 예정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법 적용이 3년간 유예되며,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기업 사업장들의 경우 올 연말까지 중대재해법 관련 대처를 마련해야한다. 문제는 마땅한 대처가 없다는 데 있다. 100번을 조심해도 단 한 번의 실수로 경영공백을 맞을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감지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로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기업들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근로자 개개인뿐만 아니라 경영자까지 안전의식을 배가시키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하게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면서 “정부 지침을 준수하고, 자체 안전관리 강화노력을 펼쳤음에도 사고가 났을 경우, 이를 감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해 근심이다”고 전했다.

업종별 온도차도 확연하다. 석유화학 등과 같이 장치산업이나, 자동화설비 구축비율이 높은 식품 등 일부 제조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안심인 상황이다. 반면, 고용인원이 많아 산술적으로 사고발생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사업장들과 한 번 사고가 날 경우 대형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중장비를 다루는 업체들의 근심이 크다.

이번 청문회 증인명단만 보더라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포스코 △포스코건설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LG디스플레이 등의 대표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철강·조선·물류 등이 주를 이룬다. 자동화설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고 여전히 많은 인력들이 투입돼야 하는 업종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재사고는 청문회 출석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산재사고를 방지하는 데 기업의 역량이 배가돼야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을 과하게 묻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안전작업지침 관련 매뉴얼을 전면 강화하는 중이며, 강화된 방안들은 즉각적으로 현장에 도입하는 중”이라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산재발생 빈도가 높은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마땅한 개선책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낙후된 설비를 개선하고, 기존 안전설비를 점검하는 이상의 보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재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킴엔 분명하지만 처벌이 산재방지의 근본적인 대책인지에 대해선 의문점을 제기하는 여론이 짙다.

앞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법이)한쪽에 치우친 여론에 기댄 입법”이라 질타했다. “하한형 징역형이 아닌 상한형 방식으로 수정돼야 하며, 사고예방에 노력을 기울였을면 면책하는 조항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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