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규모와 디자인으로 문화·휴식 공간 승부수
판교점 역시 3대 명품 없이 호실적 기록한 경험

더현대서울 내부 조감도. / 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내부 조감도. / 사진=현대백화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오는 26일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이 3대 명품 없이 문을 연다. 백화점 매출이 3대 명품 판매와 직결되는 만큼 이 빈자리를 뒤로하고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오픈한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2만8000평)과도 비슷한 크기다.

웅장한 규모에서 보여주듯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빼고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겠다는 포부로 출발한다. 넓은 공간과 현대적인 디자인, 새로운 매장 구성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서울시민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글로벌 문화·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더현대 서울에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이 없다. 향후 구체적인 유치 계획도 없다. 구찌, 버버리, 프라다, 발렌시아 등의 명품 잡화 브랜드는 입점되지만 구매력 있는 고객을 이끌 3대 명품의 부재는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백화점이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3대 명품을 포함한 곳만 호실적을 기록했다. 명품 수요가 곧 백화점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현대 서울의 경우 이런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코로나19로 백화점 업계는 희비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면서 대다수 백화점이 고전했지만 3대 명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은 2019년보다 9.8% 감소했다. 반면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5.1%나 늘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지난해 백화점 지점별 매출 변화도 3대 명품 보유 여부에 따라 갈렸다. 지난해 전체 백화점 가운데 매출이 상승한 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제외하고 모두 3대 명품을 보유한 지점이었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8.5%),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7.5%),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5.5%),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3.5%)의 순으로 매출이 높았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매출액은 15개 지점 가운데 판교점과 압구정본점만 전년 대비 늘었다. 판교점은 전년보다 9.4%, 압구정본점은 3.5% 각각 증가했다. 특히 판교점은 지난해 연 매출 1조74억원을 기록하면서 개점 5년 4개월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3대 명품을 모두 갖추지 않고도 판교점은 좋은 매출을 거뒀다. 판교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9.4% 증가한 1조74억원을 기록했다. 판교점은 개장 이듬해인 2016년 7250억원의 매출을 낸 뒤 매년 5~10%씩 몸집을 불려왔다.

수도권 최대 규모답게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체험형 시설을 강화한 것이 매출에 기여했다. 판교점이 운영하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2736㎡(827평) 규모다. 어린 자녀를 둔 신혼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판교, 분당 지역의 특성상 이런 시설은 고객을 이끌기 좋았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더현대 서울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플래그십스토어로 개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더현대 서울도 매장보다 전체적인 구조와 디자인, 공간 활용에 더 신경을 쓴 모습이다.

더현대서울은 자연과 휴식, 문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점포의 공간을 크게 할애해 조경 공간으로 꾸렸다. 고급 인테리어 제품으로 미술관과 문화센터도 격을 높였다. 온라인에서 줄 수 없는 쉼을 주는 공간 경험에 집중한 것이다.

백화점 유입 고객을 늘리는 문화센터 역시 수준을 높였다. 더현대 서울의 문화센터 이름은 CH1985로, 330평의 규모다. 방문 시 웰컴드링크를 제공하고 고가의 음향 시설, 가구 등으로 꾸며졌다. 유명 셰프와 유명 강사들을 도입하고 미국 현지와 연결하는 줌 클래스 등도 진행해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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