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폐강 및 휴강 잇따라
온라인 강의 등으로 포스트코로나 진행 중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 강의도 없어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에는 직원 단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빈집을 지키듯 앉아있는 직원에게서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문화센터 강의에 대해 문의하자 현재 아무런 강의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널찍한 강의실 4곳은 텅텅 비어있었다. 사용한 지 오래돼 보이는 무용바는 한쪽으로 치워져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 시즌 수강신청’이라는 표식이 무색할 만큼 새로운 강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접수는 받고 있었으나 개강 확답은 어렵다고 안내받았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개강 3일 전쯤이 되어서야 개‧폐강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강의를 백화점에서 직접 신청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신청할 것을 권했다. 백화점에서 방문 신청하면 취소 신청도 방문해야 한다. 폐강이 잦은 만큼 온라인으로 결제와 취소를 편하게 하라는 배려였다.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에 강좌 미진행 관련 안내사항이 비치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에 강좌 미진행 관련 안내사항이 비치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직원들이 빈집을 겨우 지키고 있는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강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될 무렵부터 대다수의 강의는 멈춰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헬스장 등 운동시설 이용이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백화점 문화센터로 문의하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백화점 문화센터 역시 교육기관으로 보고 같은 지침이 내려지고 있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지침보다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지침이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화센터 안내 직원들도 일일이 등록자들에게 폐강 전화를 돌리고, 재개강 소식을 전하는 등 각종 안내에 진을 빼고 있었다. 강사들과 연락하고 조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문화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강좌를 진행하기도 어렵다”며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공실로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에 무용바가 쌓여져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문화센터에 무용바가 쌓여져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감염우려 강좌 사라지고 소규모 강좌로

문화센터는 영유아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다. 영어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부모들이 즐겨찾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센터의 발길을 끊는 이들이 늘면서 백화점도 영유아를 상대로 한 강의를 많이 없앴다. 현대백화점은 올 봄 학기에도 성인 강좌만 연다.

신세계백화점은 영어 그림 읽어주기라는 강좌 1개만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영유아 강좌 접수를 받고 있으나 기존 대비 40~50% 줄어든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유아를 위한 강좌보다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강의 열린다. 주식, 부동산, 힐링, 배낭여행 등 MZ 세대들의 관심사를 위주로 한 강의가 진행된다.

3사 모두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노래 강의, 관현악 강의, 격한 운동 등의 비말 전파 우려가 높은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오는 26일 문을 여는 더현대 서울은 330평의 규모로 문화센터 CH1985를 연다. 지난 1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CH1985는 방문 시 웰컴드링크를 제공한다. 고가의 제품으로 디자인하고 꾸렸다. 19일 오전 10시 기준 1회 체험 포함 75개 마감돼 대기신청을 받고 있다.

신세계문화센터인 신세계 아카데미에서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법도 강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기는 면역력 높이는 방법, 코로나 시대의 스트레스 관리법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온라인 강의 진행 모습. /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온라인 강의 진행 모습. / 사진=롯데백화점

◇온라인 강의로 눈돌린 문화센터

현대백화점은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 네이버 강의 플랫폼 ‘엑스퍼트’ 내에 온라인 문화센터인 ‘현대백화점 컬처클래스’를 선보였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빨리 정규 강좌를 운영하는 ‘온라인 문화센터’를 선보인 것이다.

온라인 문화센터 강의는 강사와 신청자 간 일대일 채팅이나 음성·영상 통화를 통해 진행된다. 특히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들어야 하는 기존 오프라인 문화센터 강의와 달리, 강사가 가능한 시간이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온라인으로 수강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은 론칭 당시 14명이었던 강사수를 최근 50여 명까지 확대했다. 80개였던 강좌수도 300개 이상 늘렸다. 여기에 일대일 교육 없이 동영상 강의만 시청할 수 있는 ‘VOD 강의 서비스’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연말까지 온라인 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강좌 수를 50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 컬처클래스의 강사 수를 100여 명으로 늘리는가 하면 강의 분야도 예술·와인·인테리어·골프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더현대 서울의 CH1985에서는 미국 현지와 연결하는 어린이 줌 클래스, 산후 홈트레이닝, 골프, 필라테스, 다이어트 스트레칭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줌을 통한 강의는 향후 타 지점 문화센터에서도 선보일 방침이다.

롯데문화센터에서는 지난 1월 랜선강좌를 소개했다. 원격 강좌에는 스마트폰 워크 활용법, 요가, 영어, 미술 등이 포함됐다. 봄 학기에는 ‘주린이(주식+어린이)vs부린이(부동산+어린이)’, ‘마음 챙김’, ‘인테리어’를 테마로 한 수업이 진행된다.

주식투자 관련 강좌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유튜브 인기 주식 방송 ‘박곰희TV’, ‘삼프로TV’의 진행자 김프로가 진행한다. 부동산 강의는 유명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의 ‘2021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전망’을 준비했으며 ‘평생 보유할 꼬마빌딩 찾기’, ‘토지로 건물주가 되는 투자이야기’ 등 온라인 강좌도 열린다.

현종혁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MZ세대에 맞는 트렌디한 강좌들을 진행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겠다”며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정원을 기존 대비 50% 축소하는 등 고객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려면 법적으로 등록을 따로 해야 하는데 등록을 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영광 찾을 수 있나

문화센터는 백화점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도 크다. 한때 문화센터는 직장인들의 워라밸 붐으로 성황을 이뤘다. 지난 2018년 주요 기업들이 속속 주 52시간제를 조입하면서 야근이 줄어들자 직장인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문화센터를 찾았다.

지난 2018년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점포 문화센터의 2018년 봄 학기 강좌 신청 고객 중 20~30대 직장인 비중은 26.1%로, 전년 봄 학기 20~30대 직장인 비중인 12.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호응에 맞춰 현대백화점은 여름학기부터 지역 내 기업·단체들의 신청을 받아 시간대와 강의 콘텐츠를 수강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맞춤형 강좌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백화점들은 프리미엄 문화센터를 꾸리기도 했다. 2019년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점에 프리미엄 문화센터를 열었다. 고가의 음향, 멀티미디어 장비로 무장하는 등 단순한 강의 장소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