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책 발표한 지 2주···정부 강한 자신감에 시장은 갸우뚱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여전히 상승세 이어가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 사진=연합뉴스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안정화 방안의 종합판으로 불리는 2·4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부동산업계가 여전히 뒤숭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안에 2~3차례에 걸쳐 신규택지를 발표한다고 밝혔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 거주의무 기한 시행을 예고하는 등 시장에 끊임없이 정부차원의 안정화를 위한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갸우뚱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4 대책의 실효성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4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와 지원 시스템을 갖춰 실효성이 높은 방안”이라며 “사업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데다 여러모로 이익이 되니 토지주나 조합이 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대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국토부로부터 화상으로 2021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주택공급 방식을 혁신하면 역세권 등 도심지에서도 공공 주도로 충분한 물량의 주택 공급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을 반드시 성공시켜달라”며 “2·4 대책을 중심으로 주택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데 부처의 명운을 걸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하루 전인 17일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4 공급대책 관련 법안을 이번 주 중 국회에 제출하고 3월까지 개정을 추진해 6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정부는 앞으로 2·4 대책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던 경험 등도 있었던 만큼 이제 시장 참가자들이 보다 긴 시계에서 냉철하게 짚어보고 시장에 참여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장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석가들은 이들과 따로 노는 모습이다. 2·4 대책 이후에도 유튜브에서는 ‘집 없는 부자는 본 적이 없다’며 하루 빨리 집을 사는 게 남는 것이라는 영상이 수없이 올라온다.

하박(하버드대 부동산학 박사)로 불리는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 교수는 유튜브 채널 박종훈의 경제한방에서 이번 대책에 대해 명확한 공급 시그널이 없기 때문에 당장 집값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2·4 대책에선 25년까지 4년 동안 32만호를 짓겠다고 하는데 현재 강남구에 20만채가, 종로구에는 7만채가 있다. 70년대 말부터 40년 넘게 개발해 온 게 27만채에 불과한데 가능하겠나”라며 “실효성이 빵점이다. 이런 식으로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 국토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책을 통한 공급확대로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국토부는 엄청난 물량을 공급 쇼크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쇼크는 다른 데 있다. 25년까지 내놓겠다는 것은 32만호를 지을 수 있는 주택이 아니라 주택 ‘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2만호까지도 필요없다. 당장 1만 채 규모의 헬리오시티만 봐도 입주시점에 전세가격이 대폭 떨어지지 않았었나”며 과도한 숫자발표 보다 실행력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변창흠 장관이 꾸준히 앞세운 용적률 상한을 통한 공급확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헬리오시티가 좋은 곳이긴 하지만 용적률 286%로 갑갑하다. 동간거리와 스트럭쳐(건축물 구조)에 놀랄 수밖에 없다. 용적률 상한이 공급확대의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빠숑으로 알려진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도 이날 유튜브에서 ‘초대형 공급 속에서도 내 집이 없음에 대한 불안감은 더 높아져간다’는 주제로 영상을 올렸다. 그는 “최근 쏟아지는 질문은 ‘혹시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요?’”라며 “서울에서는 예전의 아파트가 제공되지 않던 상품적 요소를 갖춘 신규 아파트에 거주하길 원하는 수요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상품성 높은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트렌드를 해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기권은 양적 상품성을 담당한다면 서울은 기존 주택들의 상품성을 높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 둘은 다른 경로를 통한 상품 같아 보이지만 서울은 결국 질적으로 수준 높은 상품이 공급되는 측면에선 동일하고 말했다. 결국 질적으로 개선된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큰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을 전망한 것이다.

일단 시장은 정부보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더 유사하게 흘러가지만 갈피는 못잡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8% 올랐다. 다만 전주(8일 기준) 집값 상승폭인 0.09% 대비 0.01%포인트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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