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무급휴직 등 고용보험 가입 이유로 기존 지원금 배제
자영업자들 “4차 지원금과 손실보상은 별개”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 경남 진주에서 맞벌이로 남편과 함께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작년 한 해 동안 한 달 정도만 일을 할 수 있었다. 수입이 많이 줄어 생계가 너무 힘들다. 방과 후 수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야간에 학원에서 월 60만원 버는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학원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재난지원금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단비와 같다. 2020년 전체 소득이 2019년과 비교해 얼마나 감소했는지 증명하면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권 아무개씨)

#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로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11개월째 무기한 순환무급휴직 중이다.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방식이다. 한 달 월급으로 두달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몸 담고 있는 용역 자회사가 송환대기실 외에 여러 사업들을 하는데 전체 매출과 전체 인원이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무급휴직으로 소득이 반으로 줄었는데도 불합리한 회사 규모 및 매출 기준과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단 이유로 재난지원금에서 배제됐다. (김혜진 인천공항 송환대기실분회장 )

4차 재난지원금이 기존 2, 3차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을 대상에 포함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장기간 무급휴직 노동자, 고용보험 가입으로 제외된 특고 및 프리랜서, 시간제 노동자 등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었지만 기존 재난지원금에서 배제 됐었다.

정부·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을 우선 선별지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전국민 지원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살펴 추진하겠다며 추후로 미뤘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지원을 추후로 미룬 대신 선별지원을 기존 사각지대 없이 더 많은 금액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은 사각지대 최소화해서 이전보다 더 넓고 두텁게 지원한단 원칙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세부적 당정협의 통해 2월 추경안 편성, 3월 중 국회처리 통해 3월 후반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도록 추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도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제도의 망에 들어와 있지 않은 사각지대를 얼마나 최소화할지 정부에 숙제를 드렸다”며 사각지대의 예로 노점상, 플랫폼 노동자, 신규 상인 등을 꼽았다.

선별 지원했던 2·3차 재난지원금은 사각지대가 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분명 소득이 줄었지만 일부 자영업자와 특고, 프리랜서, 장기간 무급휴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들은 배제됐다. 개인별 소득 감소 정도도 반영하지 않아 업종별 등으로 같은 금액을 받았다.

정부 방역조치로 영업제한을 당한 자영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면 식당의 경우 매출 10억원 이하, 직원 5명 미만 등의 요건을 갖춰야 했다. 일반업종은 매출이 4억원 이하여야 한다. 2019년 11월 이후 창업한 사람들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거리가 줄어 생계를 위해 다른 시간제 일을 시작한 특고와 프리랜서들은 새로 찾은 시간제 업무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됐다는 이유로 2·3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많은 장기간 무급휴직 노동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와 회사 매출 기준 등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실제로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5명의 응답자 가운데 67%가 2차 재난지원금 신청이 불가능했다. 신청을 하지 못한 이유로는 696명 응답자 가운데 90.9%가 고용보험 가입자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료= 전국방과후강사노조/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 전국방과후강사노조/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기존 선별 지원금의 사각지대에 있던 현장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가입 여부, 회사 매출액·고용 규모와 관계없이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했다면 재난지원금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권씨는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면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9년과 2020년의 소득을 비교해 감소한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방법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또한 “4차 지원금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효과가 없다”며 “한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학생 수 감소와 이에 따른 수입 감소가 이어질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분회장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사업체가 운영하는 전체 사업장 규모와 매출 기준이 아닌 각 사업장 별로 기준을 해야한다. 또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안 된다는 요건도 없어져야 한다”며 “과세 자료를 통해 작년 한해 소득을 코로나 발생 전인 전년과 비교해 감소한 만큼 지원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선별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4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거론되는 자영업자의 매출액과 근로자수 기준 완화를 넘어 고용보험 가입 요건을 보지 않고 장기무급휴직 노동자, 노점상 등까지 포함하는 재난지원금이 될지가 관건이다. 4차 지원금의 금액이 충분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자영업자 매출액과 근로자수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사각지대는 또 발생할 수밖에 없고 금액도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영업 제한된 자영업자 중 손실액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사람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손실보상이다.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은 별개의 문제다”고 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자영업자의 매출액과 근로자수 기준 완화 정도는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단순 고용보험 가입자 지원대상 포함과 장기 무급휴직 노동자 등까지 포함해 이번에 완벽히 사각지대 없이 지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이번에도 사각지대 없이 완벽히 지원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정부는 선별적인 재난지원금 시행과 별개로 선거와 상관없이 전국민 보편지원 계획과 자영업자와 특고 및 프리랜서, 일용노동자나 장기무급휴직 노동자 등의 손실을 제대로 보상할 수 있는 손실보상 지원 계획을 밝혀야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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