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도 한국은행 역할 확대” 제기
고용·피해 지원에 쓰는 국채 한은 매입 논란

[정책노트]는 새로 제안되는 정책들, 논란이 있는 정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각도로 분석해봅니다. 독자와 국민분들께서 어떤 정책이 삶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되겠습니다. -편집자주

2020년 12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사진=연합뉴스
2020년 12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국가부채 화폐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고용과 피해 지원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이를 한국은행이 매입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경제와 방역, 국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적극 재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대 미문의 위기에서 재정이 역할을 확대해야 할 곳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에 의해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들의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일거리가 줄거나 사라진 특고와 프리랜서, 장기간 무급휴직에 들어간 일부 업종 노동자들, 해고된 노동자들, 취업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청년 등의 문제가 크기 때문입니다.

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정부 뿐 아니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고용과 위기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위기 대응을 위해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직접 매입하라는 것입니다.

이 얘기에 앞서 살펴봐야 할 것은 한국은행의 역할이 물가안정에 한정되는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한은 설립목적을 명시한 한국은행법 1조에 물가안정 외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은 과거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습니다.

고용진과 류성걸 의원 발의안에는 “현행법에서는 물가안정을 중앙은행의 유일한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후 나타나기 시작한 저성장, 저물가 등 경제구조의 변화는 코로나19의 범세계적 확산 이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가안정 하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는 과거의 정책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발의안에 따르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외에 완전고용과 고용안정을 설립목적으로 규정하는 등 실물과 금융의 분리 대응 원칙을 넘어 변화한 경제·사회환경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고용안정까지 확대하고 정부의 재정 확대 대책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용과 피해 지원 등을 위해 발행된 국채를 한국은행이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최근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국가가 코로나19 집합금지 업종의 손실매출액을 최대 7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보상하고 여기에 드는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국채는 한국은행이 매입하도록 했습니다.

국민의 삶과 고용, 피해 지원에 한은이 국채를 매입하는 데 찬성하는 측은 이것이 정부의 재정 확대 여건에 기여하고 시중의 자금 압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발표한 ‘국가위기 시 재정운영방식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교훈’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수하면 시중의 자금 압박이 일어나지 않고, 국가부채 부담의 장기간 분산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보고서는 국가 부채가 증가해도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이유로 “화폐 주권을 가진 나라는 중앙은행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자국 국채를 매입해 국채 가격의 하락과 금리 급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화폐발행을 통한 재정지출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기가 종료돼 경제가 회복하면 민간의 수요가 늘어 높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보고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전쟁, 정치적 혼란, 경제 체제의 이행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국가가 통치 능력을 상실한 경우에 발생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용의주도한 협력을 통해서 이뤄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율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아닌,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기존 부채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국가부채의 화폐화에 대해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며 다만 “정부 지출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부는 한국은행의 독립성 침해를 이야기합니다.

국가부채의 화폐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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