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재정으로 수요 큰 돌봄·복지 일자리 확대 필요성
올해 고용지원금 작년 63% 불과···“지원기간 늘리고 사회보험료도 지원해야”
"대·중기 공정 상생 필요"···부당 납품단가 인하 여전·협력이익공유제 주목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최악의 고용난을 겪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정책 전문가들은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 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복지·교육·돌봄 분야 안정된 일자리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적용 기간 및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제 및 상생 실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부문과 정규직 등 안정된 곳에서 노동 시간 감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우리 사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취업이 어려운 시기다. 코로나19는 기존의 고용난을 악화시켰다. 취업자수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한 작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 연속 줄었다. 특히 최근 취업자 감소폭은 매우 컸다. 10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581만8000명으로 작년 1월 보다 98만2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 대면업·비정규직·청년 중심 타격...제조업도 고난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산업인 숙박 및 음식점업(-36만7000명), 도매 및 소매업(-21만8000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개인서비스업(-10만3000명) 등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컸다. 일자리의 주요 축인 제조업 취업자도 전년보다 4만6000명 줄었다. 

특히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타격이 컸다.

지난 1월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청년의 경우 5.8%포인트 상승한 27.2%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는 3만6000명(0.2%) 증가한 반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56만3000명(-12.7%), 23만2000명(-17.0%) 감소해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올해도 일자리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취업자수가 작년보다 5만명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취업자수 전망치를 낮춘 한국은행 전망보다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2021년 취업자수가 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3개월 후인 11월 전망에서는 13만명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고용난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정책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돌봄 일자리·고용지원금 확대 필요...대·중기 공정·상생 실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해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복지·교육 등 돌봄 분야에서 안정된 일자리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적용 기간 및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대중소기업 간 공정경제 및 상생 실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돌봄 분야 수요가 늘고 있다. 지금 고용 위기에 취약한 청년과 여성들이 이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돌봄과 복지, 교육 서비스에 대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며 “복지와 교육, 돌봄 일자리는 단기 일자리가 아닌 직업 안정성을 갖춘 중간 임금군의 일자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병원과 학교 등 재정이 들어가는 곳에서 일자리가 유지되고 안전성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 위기는 한국 경제의 주요 축인 제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30~50대 남성과 그 가족들의 고통도 크다. 이 부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제와 상생 실현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소장은 “지금 제조업 노동자도 계속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여기에는 주로 30~40대 남성이 일한다”며 “현재 수출 중심의 대기업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높은 이익을 내거나 회복되고 있다. 반면 이들에게 납품하는 중소기업들, 내수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크다. 원하청 간 공정경제가 필요하며 협력이익공유제 등 초과 수익의 일정부분을 공유해야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리 수 있다”고 했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경쟁 개선과 함께 협력사 간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년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원하청 구조에 있는 중소기업 7곳 중 1곳은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받았다.

새 일자리 뿐 아니라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 대책으로 고용유지원금의 기간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 현재 무급휴직자들이 구조조정될 수 있다”며 “작년까지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임금 지원만 했는데 이를 사회보험료 지원까지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도 고용 유지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은 현재 1년에 6개월 밖에 사용할 수 없는데 사용 가능 기간을 더 늘리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작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78만명분인 1조3728억원으로 이는 작년 4차례 추경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예산 2조1632억원(137만명 대상)의 63% 수준이다.

일자리 안정성이 높은 직군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종진 위원은 “코로나로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등 안정성이 높은 분야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 감소의 일부분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교육훈련 필요성도 커졌다.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직원을 줄이고 키오스크 등을 통해 자동으로 주문과 계산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은 “자동화와 무인화는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분야의 인력을 교육훈련을 통해 데이터 관리 등 중간 임금군 수준으로 옮겨가도록 해야한다. 이 때 교육훈련 시 생계를 지원하도록 교육수당을 지급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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