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모펀드 관련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징계 수위 완화
사모펀드 관련 피해 구제 노력 효과 거둔 것으로 보여
우리·신한銀, 오는 25일 제재심 개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본원/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본원/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권의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5일 라임·디스커버리 등 부실 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 전 행장에게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 당초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예고보다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서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징계 수위에도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 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정지 ▲해임 권고 순으로 높아진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돼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IBK기업은행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해서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제재심을 열고 김 전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 상당 조치를 내리면서 징계 수위를 낮췄다.

금융당국이 기업은행에 사전 통보했던 중징계가 경징계로 완화된 배경에는 기업은행이 피해자 구제 노력을 강조했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월 디스커버리펀드의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투자금의 50%를 피해자에게 선지급하기로 했고, 라임펀드에 대해서도 미회수 잔액의 51%를 우선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제재심을 앞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투자자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점을 금융당국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했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제재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테티스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의 최대 51%를 우선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분쟁 조정안을 수락해 전액 배상에 나섰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고 자신들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CI무역금융펀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 금액(원금)의 50%를 선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규모가 큰 만큼 징계 수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은 총 8곳으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으로 은행 중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취급한 은행들로 꼽힌다. 이에 비해 기업은행은 72억원으로 두 은행에 비해 판매 규모가 현저히 작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펀드 판매 규모에 있어서 기업은행과 차이가 있다”며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많은 만큼 기업은행의 전례만으로 두 은행의 징계 수위 완화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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