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과급 갈등 SK하이닉스 직원 항의로 촉발
회사 이익이 직원과 공유 안 된 것에 불만 표출
기업들, 직원과의 소통 필요성 느끼기 시작  

최근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기업의 실적과 관련해 성과급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선 실리 가치를 추구하는 저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불만이 직접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기업의 실적과 관련해 성과급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선 실리 가치를 추구하는 저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불만이 직접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대기업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사회적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기업이 역대 최고 실적을 내는데도 직원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회사 외부로까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성과급 논란이 커진 배경 중 하나로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특성을 꼽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성과급을 두고 보상 체계 관리와 사내 소통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 구성원 중 입사 4년 차 직원이 지난달 말 사내 성과급 지급에 대한 공지가 나간 뒤 이석희 사장을 포함한 전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항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성과급에 대한 직원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회사가 지난해 실적에서 전년보다 크게 오른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했지만 성과급은 2019년과 같은 수준인 기본급의 400%를 지급하기로 한 점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사와 성과급을 비교하면서 이직하겠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1일 자신의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고,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노사 협의를 통해 기존 성과급 산정 지표로 삼은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폐지하고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해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혜택이 구성원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사내 복지포인트 300만 포인트도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불씨는 다른 기업으로 옮겨붙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에 이어 SK텔레콤 노조도 전년보다 줄어든 성과급에 대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지난 4일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음에도 성과급이 줄어든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전환희 위원장 명의로 박정호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힘든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구성원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기존의 성과급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 대신,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 외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도 직원들이 타 사업 부문에 비해 성과급이 적거나 실적 상승과 성과급이 연동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성과급 논란이 커진 원인에 대해 공정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꼽고 있다. 이 세대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을 갖지 않고 실리나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명확히 불만을 표시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회사 관계자들은 사내 문제가 외부로 전파되는 것은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줄 뿐 아니라 회사의 경영 기밀과 맞물린 성과급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다만 이번 계기로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상호 간 소통이 필요해졌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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