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서 악연으로···김명수-임성근 녹취록 공개 논란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 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재판에 개입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시켰다.

임 판사의 탄핵소추 사유로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회부 사건 등에서의 판결 내용 사전 유출 혹은 판결 내용 수정 선고 지시 등이 적시됐다.

이번 탄핵소추안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했으며 범여권 의원 16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법관이라는 공적 지위를 가지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것은 가장 잘못된 행위”라며 “전국법원대표자회의나 판결 등에서 국회의 탄핵이 필요하다 공인이 된 판사에 대해 탄핵을 소추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임 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형사사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소추의결서 정본이 헌재에 접수되면 탄핵심판이 정식으로 청구된다. 전자배당 방식에 따라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헌재는 주심 재판관을 지정해 심리에 착수한다. 소추위원인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측과 임 부장판사 측에 의견서 제출받고 양측의 의견을 듣는 변론기일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의 결정은 인용, 기각, 각하로 나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인용돼 임 부장판사는 파면된다. 임 부장판사의 임기는 오는 2월28일까지로 헌재가 파면 결정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각하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는 임성근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해 논란이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고도 국회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려했다는 내용이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 언급이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가, 녹취록 공개 이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해 송구하다”며 사실상 탄핵 언급을 인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 ‘법관이 대법원장과의 대화내용을 녹취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을 뒤집고자 언론에 공개까지 했다’는 반응 등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는 영남지역,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다.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다. 2017년 김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야당 의원들을 설득한 이도 임 부장판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녹취록 공개’로 인연이 악연이 됐다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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